"신설 비상장사 '동아제약'이 알짜 사업 가져가"
"대주주가 이사회 의결만으로 통제 가능" 우려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들이 동아제약의 지주사 전환 계획에 의문을 제기하는 부분은 현 동아제약에서 '돈 버는' 부분을 떼어내 지주사 아래에 비상장사를 신설하겠다는 대목이다.

시중 증권사의 한 제약 담당 애널리스트는 "새로 생기는 비상장사 '동아제약'은 대주주가 이사회 의결만으로 100% 통제할 수 있다"며 "이번 지주사 전환 계획은 박카스 등 핵심 사업을 대주주 강신호 회장 일가의 수중에 두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고 말했다.

◇"브랜드와 알짜사업, 대주주 수중에" = 동아제약의 구상에 따라 만들어지는 상장사는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와 ㈜동아에스티다.

현재 주주들은 지분의 63%를 동아에스티의 주식으로, 나머지 약 37%를 홀딩스 주식으로 받게 된다.

그러나 동아에스티에는 기존 동아제약의 사업 가운데 전문약 부문만 남고, 박카스와 일반약 사업은 홀딩스가 100% 지분을 보유한 신설 동아제약에 넘어간다.

동아제약이 지난 10월 공시한 분할보고서에 따르면 신설 동아제약은 현재 동아제약의 매출 32.5%가 이전되면서 영업이익은 83.9%를 가져간다.

신설 동아제약의 수익성이 훨씬 더 좋다는 뜻이다.

신설 비상장사로 분리되는 자산은 6.9% 밖에 되지 않고, 차입금도 전무하다.

자산 이전 규모가 현재 동아제약의 7%가 채 안되는 이유는 공장의 장비만 편입하는 등 이전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즉 시장에 공개되는 사업자회사는 성장성이 악화되는 반면 건전성과 수익성이 우수한 알짜 기업이 홀딩스의 100% 자회사로 탄생하게 된다.

동아제약은 분할보고서에서 동아에스티의 사업 여건에 대해 "대기업의 제약업 진출, 새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GMP) 시설 투자에 따른 고정원가 상승, 유통질서의 문란, 신약개발 환경의 미약 등의 문제로 제약업계의 경영여건은 전반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신설될 새 '동아제약'의 사업여건에 대해서는 "2011년 IMS데이터에 따르면 일반의약품 전체 시장의 약 40%를 상위 10개 회사가 점유하고 있으며 일반약(OTC) 매출액이 1천억원을 상회하는 회사는 동아제약이 유일하다"고 자체 분석했다.

하이투자증권도 최근 보고서에서 "그간 수익 창출원인 박카스 매출이 사라진 전문약 사업부에 우려가 없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반 투자자는 지주사가 아닌 사업자회사 주식을 선호하는데, 동아제약의 경우 사업자회사 주식만 갖는 투자자는 주가하락으로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신설 동아제약으로 분할되는 자산이 현 동아제약의 7%도 안 된다"며 "법인세법상 '적격분할' 요건에 어긋나면 500억원 이상의 '세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취약한 지배구조 타개책" = 업계는 이번 동아제약 지주사 전환 계획의 의도를 인수합병에 취약한 지배구도와 연결시켜 해석하고 있다.

현재 강 회장 외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14.64%(우선주 포함)에 불과하다.

따라서 지주사 전환과 이어지는 주식 스왑(교환)으로 대주주가 확보 가능한 예상 지분은 30∼40%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는 3자 배정 유상증자의 방식으로 최대주주 우호 지분을 더 끌어올릴 것이란 게 시장에서 일반적 예측이다.

기존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식수가 불어나 '주주가치 희석'이 불가피하다.

더불어 비상장 자회사 신설은 지배 구조가 불안한 동아제약에서 고수익 사업을 분리해 대주주의 영향력 아래로 옮겨 놓을 수 있는 '신의 한 수'로 받아들여진다.

동아제약의 계획대로 지주사 전환이 완결되면 신설 동아제약은 홀딩스의 지배 아래 놓이게 돼 다른 주주들의 개입 없이 이사회의 결의만으로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

또 비상장 신설 동아제약 역시 자체로 사업을 매각하거나 분할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향후 강 회장의 후계자인 강정석 부사장이 최대 주주(지분율 43.47%)로 있는 에스티팜이 신설 동아제약의 최대 주주가 되거나, 박카스 사업만 인수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동아제약은 당초 사업자회사의 명칭(가칭)을 '㈜동아'로 발표했으나 지난 18일 거래소 재상장 심사 결과에서 동아에스티로 명칭을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홀딩스 이사회가 박카스 사업 또는 신설 동아제약 전체를 에스티팜에 넘길 개연성이 있다"며 "동아제약이 계획대로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하면 이런 시나리오를 이행할 수 있는 여건을 모두 갖추게 된다"고 말했다.

동아제약은 26일 지주사 계획이 주주가치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 "신설 동아제약 분리는 일반약 부문을 전문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현재 주주가 원한다면 홀딩스 주식을 유지하면 된다"고 답변했다.

또 신설 동아제약 사업 '헐값' 매각 가능성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회사 주요 자산을 매각할 경우 가격은 회사의 임의결정이 아닌 적절한 평가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반박했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tr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