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에는 눈이 많이 올 거라는데 걱정입니다. 동네 사람들이 모두 나와 치워도 끝이 안 보입니다. 정말 골치입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기후가 급변하고 있다. 이번 겨울에는 강추위와 폭설이 예년보다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는 이로 인해 올겨울 강수량 증가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제설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폭설이 오면 제설작업은 모두에게 고충이다. 관공서 공무원뿐 아니라 최전방 장병들도 삽을 들고 눈과 사투를 벌인다. ‘내 집 앞 눈치우기’도 폭설 앞에선 한계가 있다.

그럼 선진국들은 폭설에 어떻게 대처할까. 눈이 많이 내리기로 유명한 북유럽과 미국은 ‘자주식 제설기’로 제설 고민을 덜고 있다. 자주식 제설기는 큰 도로에서 볼 수 있는 제설 차량에 장착된 제설기를 개인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축소한 제품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관공서, 아파트, 학교, 공장 등에서 조금씩 사용 빈도가 늘고 있다.

경기도 화성에 있는 A아파트는 2년 전 자주식 제설기를 구입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곳 가운데 하나다. 관리사무소 측은 “최근 몇 년 동안 폭설이 자주 오면서 겨울만 되면 눈 치우는 일에 주민들 모두가 동원돼 하루종일 밀고 쓸고 나르는 바람에 녹초가 되기 일쑤였다”면서도 “주민 동의 아래 자주식 제설기를 구입하고는 경비원들이 교대로 돌아가며 눈을 치우는 것 외에 별도의 제설 작업이 필요없다”고 말했다.

이어 “옆 아파트에서도 이 소식을 듣고 자주식 제설기를 구입했는데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만족감이 높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는 한국설제(사장 이재성·사진)가 최초로 자주식 제설기를 제조 및 보급하고 있다. 이재성 한국설제 사장은 “가능한 모든 인력이 총동원되고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염화칼슘을 뿌리는 방식의 기존 제설 작업을 지양할 때가 왔다”며 “자주식 제설기는 인력 남용을 막을 수 있고 환경도 살릴 수 있어 일석이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설 작업이 주민이나 지역사회를 넘어 국가적인 차원에서 다뤄야 할 정도로 폭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며 “정부도 ‘내 집 앞 눈 치우기’만 외칠 게 아니라 관할동 단위로 제설기 구입을 지원해 불필요한 인력 및 시간 낭비를 막고 효과가 떨어지는 제설 장비를 구입하는 비효율 행정을 삼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