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6일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한 것은 형식과 내용 면에서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첫 재계와의 만남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나 대한상공회의소가 아니라 중기중앙회를 찾은 데다 중소기업 중심으로의 경제정책 전환과 중소기업계와의 상시채널 가동 등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이날 오전 10시 재계와의 첫 일정으로 유일호 당선인 비서실장과 조윤선 대변인, 진영 새누리당 의원과 함께 여의도 중기중앙회 빌딩을 찾았다. 중소기업계에서는 70여명의 최고경영자(CEO) 및 소상공인 대표들이 참석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은 인사말에서 “대통령 당선인이 중기중앙회를 가장 먼저 찾은 것은 중앙회 설립 5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 “그만큼 당선인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해 갖고 있는 애정이 큰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 측은 지난 24일 오후 방문 계획을 알리면서 이날 간담회를 두 개로 나눠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중소기업인들과 소상공인들의 애로사항이 다른 만큼 얘기를 따로 들은 뒤 추후 국정운영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는 후문이다.

박 당선인은 중소기업인들과의 만남에서 “선거 때 민생·중기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킬 것”이라며 “중소기업이 경제의 조연이 아닌 당당한 주연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그동안 대기업 수출에 의존하는 외끌이 경제성장이었다면 이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같이 가는 쌍끌이 경제로,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기업 중심으로 경제정책을 재편해서 중소기업들이 확실하게 일자리를 만드는 데 중심에 서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한 참석자가 불공정 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건의하자 손가락 10개를 모두 펴보이며 “공약에도 그런 사항을 넣었지만 대기업들이 불공정 행위로 중소기업에 손해를 끼쳤을 경우 10배까지 손해배상을 하도록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3월 도입된 하도급법은 대기업의 기술탈취행위에 대해서만 손해액의 3배까지 물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 당선인은 또 다른 요구사항들에 대해서도 중소기업인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가동해 인수위원회나 차기 정부에서 정책에 반영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박 당선인은 소상공인들과의 간담회에서는 “국민행복시대를 꼭 열겠다고 했는데 우리 경제활동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소상공인 여러분이 행복하지 않으면 절대로 그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된다”며 “선거 과정에서 들은 구구절절한 호소 내용을 잊지 않고 임기 내 다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은 당선인에게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시급한 처리를 요구했다. 박 당선인은 “대규모 점포의 영업금지시간을 오후 10시부터 할 거냐, 12시부터 할 거냐 하는 문제인데 12시부터로 소상공인들도 합의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야당만 동의한다면 연내에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배석한 진 의원에게 따로 법안 처리를 챙겨볼 것을 당부했다.

박수진/김정은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