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석 식품명인과 이기춘 식품명인은 전통방식 그대로 식품을 만들고 있는 ‘대한민국 식품명인’들이다. 이기춘 식품명인은 누룩과 조·수수에 첨가물 없이 문배주를 제조하고 있고, 강봉석 식품명인은 엿기름으로 가마솥에 불로 고는 전통방식으로 엿과 조청을 만든다.

이기춘 4대 전수자…1000년 전통 문배주 전승

문배주는 고려 태조 왕건 때부터 1000년 넘게 내려오는 유서깊은 전통주다. 문배주는 전통주 최초로 국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선정돼 국빈을 맞을 땐 외교주로, 남북정상회담 때는 만찬주로 쓰였다.

‘대한민국 식품명인 7호’인 이기춘 명인(70·사진)이 김포에서 문배주의 4대째 맥을 잇고 있다. 문배주는 이 명인의 증조모인 박씨 할머니 때부터 담그기 시작해 조부인 2대 이병일 옹이 양조원을 설립했고 부친인 3대 이경찬 옹(1993년 작고)이 이어받아 평양 최고의 기업으로 키웠다. 이기춘 명인은 “당시 한 해 내는 세금이 평양시의 1년 예산과 맞먹었을 정도였다”며 “한국전쟁 이후 부친께서 가업을 잇기 위해 서울에서 양조장을 설립하고 다시 문배주를 생산했다”고 말했다.

1955년 정부의 양곡관리법에 의해 곡식으로 만드는 술 생산이 금지되면서 명맥이 끊기는 아품을 겪었지만 문배주가 1995년 국가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최고의 전통주로 진가를 인정받게 됐다.

문배주는 조와 수수만을 원료로 첨가물을 넣지 않는다. 제조과정은 누룩을 띄워 밑술이 만들어지면 메조맙을 넣고 어느 정도 발효를 시킨다. 이어 수수밥을 넣고 열흘 지나 소주를 내린 뒤 밀봉해 숙성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명인은 “세계에서 누룩과 조, 수수로만 빚는 술은 문배주가 유일한데 배합비율과 숙성온도로 문배나무 꽃향기를 낸다”고 말했다.

강봉석 3대 전수자…무쇠가마솥서 고아 만든 엿

지에밥(찹쌀이나 멥쌀을 물에 불려 시루에 찐 밥)에 엿기름을 넣어 삭혀 짜낸 액체를 가열해 수분을 증발시켜 만든 것이 갱엿이다. 식어도 굳지 않을 정도의 수분(30~35%)을 함유한 갱엿이 조청(물엿)이다.

충북 충주에서 엿과 조청을 3대째 만들고 있는 강봉석 명인(70·사진)은 ‘대한민국 식품명인 32호’다. 강 명인의 엿은 갱엿에 바람넣기 작업을 통해 간식용으로 만든 제품이다. 강 명인은 “1950년 한국전쟁 전부터 조부께서 엿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피란길엔 엿을 팔아 끼니를 챙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 명인이 만드는 엿과 조청은 국내에서 생산한 엿기름과 멥쌀 등을 사용해 설탕과 방부제를 넣지 않고 8시간 발효한 뒤 무쇠가마솥에서 2시간가량 은근히 달궈 뭉근하게 고아내는 제조방법을 사용한다.

특히 엿에 공기 접촉을 늘려 바삭바삭하게 만들기 위해 2명이 맞잡고 엿댕기기(바람넣기)를 해야하는 등 제조과정이 만만치 않다. 강 명인은 “압력솥으로 엿을 만드는 것보다 연료비가 30% 이상 더들고 시간도 오래 걸려 판매가격은 일반 제품에 비해 비싼 편”이라며 “고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생산된 제품은 1, 2개월 안에 모두 소진한다”고 설명했다.

강 명인은 실업계 고교에서 엿을 고는 과정을 가르치는 등 청소년들의 진로상담도 해주고 있다. 그는 2, 3년 뒤 엿·조청 제조과정을 정리한 책을 낸다는 계획이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