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7일 발표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첫 인사에는 예상대로 친박(친박근혜)과 TK(대구·경북) 출신은 철저히 배제됐다.

이날 인선에 포함된 14명 인사 중 TK 출신은 1명(김중태 전 서울대 민족주의비교연구회 회장)에 불과했다. 지난 24일 발표된 당선인 비서실장과 대변인을 포함하면 서울 출신이 9명으로 가장 많고, 호남이 5명으로 다음 순이다. 호남인사 중용은 박 당선인이 강조한 대통합 차원으로 해석된다.

박 당선인 측 관계자는 “당선인이 그토록 강조했던 대통합 의지가 인수위 구성에도 그대로 적용된 것”이라고 평했다.

○위원장은 상징성, 부위원장은 실무형

인수위원장을 맡은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은 소아마비를 딛고 어렵게 공부해 지체장애인으로는 처음 헌법재판소장까지 오른 ‘감동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박 당선인은 김 전 소장에 대해 “제가 존경하는 분”이라며 삼고초려 끝에 지난 10월 중앙선대위 공동위원장으로 영입했다.

박 당선인의 한 측근은 “김 전 소장의 굳은 소신은 평소 신뢰와 원칙을 강조하는 당선인의 정치철학과 매우 닮아 있다”며 “당선인은 이런 상징적인 인물을 다시 인수위원장으로 내세워 차기 정부가 강조할 가치를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윤창중 당선인 수석대변인도 인선 배경에 대해 “당선인의 법치와 사회안전에 관한 확고한 소신을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진영 정책위의장을 부위원장에 발탁한 것은 전문가 위주의 실무형 인선을 하겠다는 당선인의 뜻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진 의장은 지난 5월 정책위의장을 맡은 이후 박 당선인이 내세웠던 총선 공약의 입법화를 주도했으며 대선 과정에서도 공약 개발을 실무적으로 책임지는 역할을 맡았다. 진 의장은 유일호 당선인 비서실장과 함께 대선 공약을 새 정부 정책으로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후속으로 발표될 인수위 분과별 간사 등 실무 인선도 정치인 출신보다는 분야별 전문가 위주로 짜여질 공산이 크다.

○대변인도 모른 깜짝인선

이날 오후 2시 인선을 발표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 들어선 윤 수석대변인은 단상에 오르자마자 스카치테이프로 밀봉된 서류봉투를 열고 인선 내용이 담긴 A4용지 3장을 꺼냈다. 밀봉된 봉투에서 나온 종이에는 이들의 이름과 직책, 전직, 인선배경 설명까지 빼곡히 적혀 있었고 윤 대변인은 이를 또박또박 읽어 나갔다.

윤 대변인은 “애초부터 밀봉된 상태의 자료를 당선인으로부터 받아왔다”며 “발표하기 전까지 명단을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인선이 지난 24일 당선인 비서실장과 대변인단이 발표될 때처럼 철저한 보안 속에 이뤄졌음을 시사한 것이다.

실제 윤 대변인의 발표 전까지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카더라’ 수준의 하마평이 쏟아졌지만 정확한 인선 내용을 알아맞힌 이는 없었다. 언론들이 인수위원장은 비(非)영남 인사 중에서도 호남 인사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치는 바람에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캠프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냈는데도 그동안 하마평에 거의 오르지 않았다. 김 인수위원장의 출생지는 서울이며, 본적은 충남부여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