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렸던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Post-Capitalist Society)’ 서문에서 “역사적으로 기록된 것 중 한국전쟁 이후 40년 동안 한국이 이룩한 경제성장에 필적할 만한 것은 없다. 특히 교육에 대한 투자로 그렇게 풍성한 수확을 거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했다.

한민족의 교육열은 세계가 인정할 만큼 남다르다. 우리나라 초·중·고교와 대학의 공교육비 민간 부담률은 12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성인의 평생교육 참여율(35.6%)은 OECD 평균(40.4%)과 비교했을 때 4.8%포인트 낮은 것으로 최근 조사됐다. 이는 곧 학력은 높은데 비해 세상을 살아가는 지식이나 지혜, 부를 창출하는 창의력의 원천에서는 앞서지 못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평생학습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는 은퇴 이후의 생계대책과 노동의 유연성, 사회 고령화 때문이다. 경기 침체에 따른 불안감은 지속적인 자기계발을 요구한다. 이미 취업에 성공한 사람도 끊임없이 능력을 개발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2008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대학 중심의 평생학습 활성화 지원 사업’은 이런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대학이 성인 학습자를 받아들이고 그에 맞게 체질 개선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성인학습자의 대학 진입이 용이하도록 대학 체제를 개편하는 것으로 맞춤형 고등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학을 지원한다.

올해 지원 예산은 53억800만원. 사업계획에 따라 대학별로 8000만원에서 5억원까지 차등 지원했다. 올해는 모두 25개 대학이 수혜를 받았다. 이들 대학은 직장인과 은퇴자 등 성인학습자의 평생학습 요구를 충족시키면서 일과 학습이 동시에 사회에 정착되도록 기여하고 있다. 사업 지원기간은 3년이다. 하지만 매년 연차평가를 실시해 후속 지원여부를 결정한다. 평가 결과가 좋지 않으면 지원금 삭감이나 지원이 중단된다. 연차평가 평점이 최하위 20%에 속하는 경우 차기연도 지원금의 30%가 삭감된다. 성과 책임제를 도입해 교육서비스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성인학습자의 교육 수요 유형을 감안해 △선취업·후진학형 △4050세대 재도약형으로 특화시켰다.

선취업·후진학형은 현장 경험에 치중된 성인학습자의 이론적 지식과 기술의 체계, 균형화를 위한 ‘업 스킬링(Up-skilling)’에 맞춰 교육이 이뤄진다. 먼저 취업하고 나중에 대학교육을 받길 원하는 노동시장 선(先) 진입자와 현업의 직무능력 향상을 필요로 하는 재직자 등 중등 학력자가 대상이다.

4050세대 재도약형은 제2의 학사학위 취득과 40대 이후의 창업특화형 교육서비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인생 2막’의 재도약을 준비하는 4050세대 이상의 중등 학력이상 소지자를 대상으로 한다. 선취업 후진학형은 기술 중심의 이공계(농업·상업 포함)학과(부)를 지원하고 4050세대 재도약형은 이공계 및 인문사회계열 학과(부)를 선정 지원한다.

교과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대학 중심 평생학습 활성화 지원 사업을 통해 △성인입학자 비율 확대 △성인 맞춤형 특화교육 개발 △유연한 학사운영 체제 △대학·기업·지역사회 간 연계 강화 등 성인친화형 모델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대학을 통한 평생학습 접근성이 확대되면서 참여 성인학습자 수도 증가하고 있다. 2010년 5146명에 머물던 학생 수는 지난해 8202명으로 늘었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가 멀지 않았다. 배우고 싶은 욕구에 나이쯤이야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실천하는 ‘뉴 스타트 실버세대’ ‘푸른 청년’들이 늘고 있다. 인생 2모작, 3모작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평생교육, 평생학습에 그 해답이 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