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치가 2년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아베 신조 내각의 신임 경제관료들이 금융완화 관련 발언을 쏟아내면서 엔화가치 하락세에 속도가 붙는 분위기다.

27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는 장중 한때 달러당 85.87엔까지 떨어졌다. 2010년 9월 이후 최저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정·금융상 등 신임 경제내각들이 잇따라 적극적인 금융 완화를 시사하면서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려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아소 부총리는 지난 26일 새 내각에 임명되고 나서 처음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간 44조엔(약 550조원)으로 묶여 있는 차입상한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연간 44조엔 규모의 차입 상한선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37%까지 치솟은 국가부채를 줄이기 위해 전임 민주당 정권이 지난 8월 설정한 것이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에 대한 압박도 계속됐다. 아소 부총리는 “아베 총리가 중앙은행과의 협력관계를 넓힐 구조적 틀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소개했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일본은행에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1%에서 2%로 높이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통화량을 적극적으로 늘리라고 요구해 왔다.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경제재정담당상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그는 26일 “달러당 엔화가치가 85엔 정도로 낮아지면서 적정 수준으로 가고 있다”며 “이런 기조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소비세 인상안도 뒤로 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소 부총리는 “경기가 나아지지 않으면 소비세 인상 계획을 보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5%인 일본의 소비세는 2014년 4월 8%로, 2015년 10월엔 10%로 각각 인상될 예정이다.

일본 증시는 새 정권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평균주가는 92.62엔(0.91%) 상승한 1만322.98엔으로 마감했다. 지난 3월27일 기록한 연중 최고치(1만255.15엔)를 경신한 것은 물론 동일본 대지진 직전인 작년 3월10일의 주가 수준을 회복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