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는 남의 손에 제 새끼를 키운다. 흔히 뱁새라고 하는 붉은머리오목눈이의 알 하나를 둥지 밖으로 밀어내고는 자신의 알을 낳는다. 먼저 부화한 뻐꾸기 새끼는 부화하지 않은 오목눈이 알마저 땅에 떨어뜨리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오목눈이 어미가 물어오는 먹이를 독차지한다.

물 속에도 뻐꾸기처럼 남의 산란장에 알을 낳는 물고기가 있다. 금강에서만 사는 한국 고유종 감돌고기다. 돌고기와 비슷하다는 뜻에서 이름 붙여진 감돌고기는 무시무시한 포식자 꺽지의 산란장에 몰래 알을 붙인다. 돌고기와 가는돌고기도 이렇게 탁란(托卵)을 한다.

버들잎이 필 무렵의 은어 낚시꾼들은 따로 미끼를 마련하지 않는다. 낚시바늘에 은어 모형을 달기만 하면 그만이다. 알을 낳기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거친 몸싸움도 불사하는 산란기 은어의 습성을 이용한 것이다. 은어가 경쟁자로 생각하는 모형을 밀쳐내느라 몸을 부딪치다가 바늘에 걸려드는 것이다.

김익수 전북대 명예교수(사진)가 펴낸 《그 강에는 물고기가 산다》에는 우리 강, 우리 민물고기의 생태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김 교수는 평생을 우리 민물고기 연구에 바친 세계적인 어류학자. 17종이나 되는 신종 민물고기를 발표한 주인공이다. 한 사람의 어류학자가 이렇게 많은 신종을 발표한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참종개의 학명 ‘익수키미아 코리엔시스(Iksookimia koreensis)’처럼 한국인 어류학자로는 처음으로 이들 신종 민물고기 학명에 자신의 이름을 붙인 주인공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김 교수가 꼽는 우리나라 국보급 민물고기는 어름치. 동그랗고 큰 눈이 인상적인 어름치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5종의 민물고기 중 유일한 한국 고유종이다. 알이 씻겨 내려가지 않도록 산란탑을 쌓는 습성으로도 유명하다. 어름치가 산란탑을 깊은 곳에 쌓는 해엔 비가 적게 내린다는 얘기도 있다. 이런 어름치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각종 개발로 서식지가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임실납자루, 감돌고기, 여울마자 등 25종의 민물고기가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 수원의 서호에만 살던 서호납줄갱이는 시카고 필드자연사박물관의 표본으로만 남아 있다.

김 교수는 “물고기가 없는 강은 죽은 강이며 죽은 강은 인간을 포함한 다른 생명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며 “진정한 강 살리기는 물고기 서식지를 살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