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트 날 앞부분을 빙판 위의 출발선에 꽂아 왼발을 세웠다. 발목부터 종아리까지 근육이 팽팽해졌다. 오른발은 어깨 너비만큼 벌린 뒤 뒤쪽으로 뻗고 자세를 갖췄다. 왼팔은 앞으로 오른팔은 뒤로 하며 출발 준비를 마쳤다. 서 있기 버거워지려는 찰나 ‘출발’ 구령에 오른발을 앞으로 내밀며 얼음을 지쳤다. ‘착! 착! 착!’ 스케이트 날이 얼음을 스치는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가슴까지 시원해졌다.

빙판 위를 민첩하게 달리며 추월에 또 추월을 거듭하는 쇼트트랙은 스피드가 매력적인 종목. 동계올림픽 효자 종목이기도 하다. 쇼트트랙을 배우기 위해 안양시 비산동의 안양빙상장을 찾았다.

링크 안으로 들어가니 찬 공기가 코를 찔렀다. 겨울방학을 맞아 스케이팅을 배우러 온 학생과 일반인들로 아이스링크는 북적였다.

쇼트트랙용 스케이트를 신는 과정부터 쉽지 않았다. 스피드 스케이팅용 스케이트는 날 뒷부분이 떨어졌다 붙었다 하지만 쇼트트랙용 스케이트는 날이 붙어 있는 일체형이다. 스케이트 날은 마찰력이 0에 가까운 빙판에서 스피드를 올려준다. 발이 스케이트 안에서 흔들리면 발목 부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끈을 빈틈 없이 꽉 조여야 한다. 옴짝달싹 못하게 된 발에 쥐가 날 것 같다.

스피드 스케이팅이 400m 길이의 트랙을 얼마나 빨리 도는지 측정하는 기록 경기인 데 비해 쇼트트랙은 111.12m의 짧은 트랙을 가장 먼저 들어오기 위해 경쟁하는 순위 경기다. 이날 일일 강사로 나선 국가대표 출신 강재구 코치는 “스피드 스케이팅은 직선 거리가 길어 직선에서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야 하고, 쇼트트랙은 직선 구간이 짧고 곡선 구간이 길기 때문에 코너링을 얼마나 민첩하고 부드럽게 잘 하느냐가 생명”이라고 말했다.

중심잡기도 어려운 얼음판에 적응하기 위한 첫 단계는 제자리 걷기. 빙판 위에서 허리와 무릎을 구부려 뒤로 주저앉지 않을 만큼 자세를 최대한 낮췄다. 왼발을 들어 오른발로 버티고, 오른발을 들어 왼발로 버티기를 수차례. 처음엔 기우뚱하며 넘어질 듯하던 몸이 비교적 자연스러워졌다. 겉으로 보기엔 스케이트를 두 발로 타는 것 같지만 사실은 한 발로 전진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메커니즘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

걷기가 자유로워지자 앞으로 나가기 위한 ‘밀기’ 연습에 나섰다. 축이 되는 한 발로 버티고 다른 한 발로 얼음을 밀어주면서 앞으로 나가는 원리다. 왼발로 체중을 버틴 채 오른발을 옆으로 밀어주니 몸이 천천히 앞으로 나갔다. 축이 되는 다리의 90도 방향으로 정확하게 밀어주는 게 포인트.

밀기 동작과 동시에 스피드를 올리기 위해 팔동작도 익혔다. 왼다리가 축이 돼 앞으로 나갈 때 왼팔을 뒤로 뻗고 오른다리가 축이 됐을 땐 오른팔을 뒤로 뻗으며 추진력을 높이는 것. 하지만 발로 얼음판을 지치는 것도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팔동작까지 하려니 순서가 꼬이면서 연신 팔과 다리가 따로 놀기 일쑤였다.

강 코치는 “3~4일 이상 익혀야 하는 것을 단시간에 따라잡았다”며 “기본기를 익히는 데 6개월에서 1년이 걸리고 실제 쇼트트랙 경주를 하려면 2년 이상은 타야 능숙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강습에 필요한 장비는 스케이트와 장갑, 헬멧, 스케이트복 등이다. 스케이트는 보급용으로 14만원 선에 살 수 있다. 장비를 모두 갖추는 데는 20만~30만원이 든다.

쇼트트랙을 배우려면 가까운 아이스링크에 강습을 신청하면 된다. 안양 실내빙상장에서는 단체 강습을 비롯해 개인 강습도 진행한다. 단체는 10회 강습료 5만~6만5000원, 개인은 주 3회에 30만원 선이다. (031)389-5263

안양 외에도 수도권에서는 태릉 목동 롯데월드 고려대 광운대 한국체육대 분당 과천 고양 의정부 수원 등의 아이스링크에서 배울 수 있다.

안양=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