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친노(친노무현)·486(40대·80년대 학번) 세력이 대선 패배의 책임론에 무릎을 꿇었다. 28일 치러진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 경선에서 계파색이 옅은 박기춘 의원(경기 남양주을)이 친노 주류의 지원을 받은 신계륜 의원(서울 성북을)을 결선투표 끝에 이겼다. ‘주류 심판’ 심리와 함께 당 쇄신을 가로막고 있다는 소리를 듣는 ‘친노-비노 갈등’ 프레임을 깨뜨리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박 신임 원내대표는 이날 결선투표에서 재적의원 127명 중 124명이 참석한 가운데 63표를 획득, 58표를 얻은 신 의원을 5표차로 제쳤다. 기권은 3표였다. 비주류 쇄신파인 김동철 의원(광주 광산갑)을 포함해 3파전으로 전개된 1차 투표에서는 박 신임 원내대표와 신 의원이 각각 47표를 얻어 공동 1위를 기록했다. 김 의원은 29표에 그쳐 예선 탈락했다. 하지만 결선투표에서 김 의원이 얻었던 29표 중 16표가 박 원내대표로 가면서 승패는 갈렸다.

박 원내대표는 업무 효율을 위해 내달 초 비상대책위원장을 별도로 선출하겠다고 공약했다. 조만간 당무위원·의원 연석회의를 열어 교황 선출 방식(출마표시 없이 추천자를 적어 내는 방식)으로 다수표를 얻은 사람을 비대위원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당선인사에서 “뿌리 깊은 계파·파벌 문화를 없애고 대선 패배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평가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의사가 결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원들을 후보 근처에 오지도 못하게 하는 수모를 겪었다”며 친노 주류 측을 겨냥했다.

3선의 박 원내대표는 중도성향의 ‘실무형’으로 분류된다. ‘이해찬-박지원 담합론’으로 곤욕을 치른 박지원 전 원내대표계지만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은 편이다.

4개월 남짓 임기지만 박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와 여당에 맞서 제1야당의 존재감을 찾느냐를 가름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당장 새 정부 출범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추진하는 정부조직 개편과 총리·장관 인사청문회 대응 전략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범민주 진영을 중심으로 한 신당창당설이 불거지는 가운데 따로 선출되는 비대위원장과 박 원내대표가 내년 4월 재·보궐 선거 전까지 친노 이미지를 벗고 쇄신하는 모습을 얼마나 보일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박 원내대표의 당선에는 비주류를 중심으로 거세게 제기돼 온 친노 책임론의 여파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비대위원장을 당내외 무게감 있는 인사로 새로 선출할 것을 공약으로 내건 것도 중진들의 호감을 샀다. 초선 의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비대위원장을 교황식 투표를 통해 선출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득표에 도움이 됐다.

신 의원은 당내 고 김근태 상임고문계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 의원들과 친노 그룹으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신 의원의 패배로 친노계는 당분간 세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