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 국일제지는 지난 27일 중국 계열사 ‘국일제지장가항유한공사’ 보유지분 65.27%를 223억원을 받고 한국제지에 팔 것이라고 공시했다. 국일제지장가항유한공사는 국일제지가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는 경쟁 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목표로 2003년 1월 214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중국 시장 개척의 교두보였다. 스테인리스 강판 생산에 쓰이는 강판 강지와 담배필터의 다공지를 주로 생산하는 국일제지는 2012년 3분기 누적 당기순손실이 43억원까지 확대되며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성장동력 매각’이라는 강수를 둘 수밖에 없었다. 국일제지 관계자는 “경제 위기로 올해부터 경영 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에 중국 법인을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며 “금융권 조달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무구조 개선 위해 주식 팔아

연말로 갈수록 계열사나 해외 법인의 주식을 팔아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는 상장사가 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영 상황이 악화되고 금융권으로부터의 자금조달도 쉽지 않자 눈물을 머금고 ‘장기 성장동력’마저 시장에 내놓고 있는 것이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재무구조 개선’을 목표로 보유 중인 계열사나 다른 회사의 주식을 팔겠다고 발표한 기업은 지난 7월 3곳에 불과했지만, 9월 6곳으로 증가하더니 12월 들어서는 8곳으로 늘었다.

최근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는 상장사의 기업 규모는 대부분 중소형이다. 이달 들어 보유주식 매각을 발표한 상장사 8곳 중 6곳은 코스닥 소속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2곳 중 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한 1곳은 소형주다. 지난 11월에도 LG상사를 제외하곤 모두 중소형주였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충격에 중소기업들이 좀 더 취약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단 살고 보자”…주력 자회사도 팔아

계열사나 다른 회사의 보유주식 중 일부를 팔아 잠시나마 자금을 융통하려는 상장사들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문제는 장기 성장동력으로 삼았던 주력 자회사들을 매각하고 있는 곳들이다. 저가항공사 이스타항공을 보유한 케이아이씨는 삼양감속기를 180억원에 팔았다. 삼양감속기는 2010년과 2011년 각각 37억원, 8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성장성을 포기하면서까지 눈물을 머금고 위기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회사채시장에서는 우량기업이 아니면 흥행이 쉽지 않고, 주식시장의 자금조달 기능이 악화되는 등 자본시장이 제 역할을 못하는 것도 직접적인 원인이다.

◆주가는 긍정적…실적 등 잘 살펴야

이달 들어 주식을 팔아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고 공시한 상장사들의 주가는 현재까진 긍정적이다. 환인제약 인지컨트롤스를 제외한 6곳의 주가는 공시일 대비 상승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회사의 실적 등 경영 상황과 장기 성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증권사의 스몰캡 담당 애널리스트는 “보유주식이나 토지 등 자산을 매각한다는 것은 그만큼 현금 흐름 등 재무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일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반짝 급등할 수 있지만 실적 추이 등을 잘 살펴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