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과 맛있는 만남] 프로골퍼 신지애 "선수생활 끝나면 '신지애 레스토랑' 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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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들과 맛 나누면서 함께하는 것이 소중하고 행복
내년엔 '올해의 선수상' 목표…호주오픈·에비앙마스터스 우승도
은퇴하기 전 1~2년은 유럽투어 뛰며 여행하고 싶어
내년엔 '올해의 선수상' 목표…호주오픈·에비앙마스터스 우승도
은퇴하기 전 1~2년은 유럽투어 뛰며 여행하고 싶어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에서 뛰고 있는 신지애 선수(미래에셋)는 박세리, 박지은, 김미현 등 ‘투어 1세대’가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일을 했다. 2009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 LPGA투어 상금왕에 올랐고, 이듬해 5월3일부터 16주간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랭킹 1위의 기쁨을 맛봤다. 2년가량은 성장통을 앓았다.
그러나 올해 확 달라졌다.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 제패 등 2승을 거두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는 내년엔 ‘올해의 선수상’을 노리고 있다.
평소 음식에 관심이 많은 그는 연예인 레스토랑 사업가 홍석천 씨와 친분이 두텁다. 홍씨가 운영하는 서울 이태원의 마이홍에서 그를 만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은퇴 후 홍씨처럼 자신의 이름을 내건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한국에 올 때마다 홍씨의 식당에서 음식을 먹으며 다양한 조언을 듣는다.
◆“신지애 이름 건 레스토랑 해보고 싶어”
골프 선수가 왜 식당에 관심을 많이 가질까. 그는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음식을 먹으면서 함께하는 것이 가장 소중하고 행복하다”며 “골프를 그만두면 내가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고 싶다”고 했다. 아무런 인연도 없던 홍씨에게 먼저 연락해 가르침을 구한 용기도 여기에서 나왔다.
인터뷰 자리에 함께한 홍씨는 “지애가 식당을 하고 싶어해 이것저것 많이 묻는다. 주방장을 어떻게 구하느냐, 가게 하는 데 얼마나 드느냐, 권리금은 얼마냐 등등 구체적으로 질문한다. 한번은 지애가 해외에 있으니까 거기서 아이디어를 가져오고 내가 한국에서 운영하는 식으로 함께 식당을 해보는 방법까지 생각해봤다”며 웃었다.
첫 번째 요리로 장어에 흑임자를 뿌린 샐러드가 나오자 신지애 선수는 젓가락으로 음식을 들고 사진촬영을 위한 포즈를 취했다. 맛을 보더니 “역시 여기 음식은 내 입맛에 잘 맞아”라며 행복해했다.
그는 은퇴 직전 유러피언투어에서 뛰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선수생활 마지막 1~2년을 유럽에서 해보고 싶어요. 큰 밴을 빌려서 직접 운전하며 대회장에 다니고 싶어요. 유럽은 대회가 많지 않아 대회 다음주는 쉬거든요. 프랑스에서 대회를 치르고 나면 1주일간 프랑스 여행을 다니는 거죠. ”
◆돌아가신 어머니가 선물해준 집중력
신지애 선수의 소질을 보여주는 일화 한토막. 그는 최근 포켓볼세계여자챔피언인 김가영 선수를 만났다. 같은 매니지먼트사(세마스포츠마케팅) 소속인 신수지 선수가 출연한 TV프로그램 ‘댄싱 위드 더 스타’ 응원차 갔다가 알게 됐다. 평소 신지애에게 관심을 갖고 있던 김가영 선수는 두 차례 포켓볼을 가르쳐줬다. 그러고는 “집중하는 눈빛이 너무 좋다. 지애처럼 가르치는 것을 빨리 흡수하는 애는 처음 봤다. 정말 가르치고 싶은 욕심이 난다. 요즘은 성격이 차분하고 집중하는 애들이 없다”며 그를 극찬했다.
집중력은 신지애 집안의 숨겨진 경쟁력이기도 하다. 그보다 한 살 어린 동생은 서울대 물리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다. 동생이 어린 시절부터 공부를 잘한 건 아니었다고 한다. “중학교 때는 뒤에서 맴돌았죠. 교통사고로 엄마가 돌아가시고 동생은 크게 다쳤는데 1년간 온 가족이 병원에서 생활했어요. 어느 날 동생이 ‘난 친구들에 비해 엄청 뒤처진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퇴원하자마자 무섭게 공부를 했어요. 뒤에서 열 번째 정도 하던 애가 6개월 만에 전교 1등을 하더라고요.”
그는 중3(15세) 때이던 2003년 11월 이모 회갑연에 참석하기 위해 전남 영광에서 목포로 가던 중 불의의 교통사고로 어머니(당시 43세)를 잃었다. 이후 월세 15만원의 단칸방에 살면서 어머니의 보험금으로 골프를 배웠다. 대회에 나갈 때는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 차에서 새우잠을 잔 적도 있다. 그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저와 동생에게 집중력을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고의 음식은 엄마가 해준 김장김치
그는 일식을 좋아한다. 일식 중에서 특히 맛있는 것을 골라보라고 했더니 “대부분 다 좋아해서 뭘 고르기 어렵다”고 했다. 태국 음식도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톰얌꿍이 당기네”라며 추가 주문을 했다. 톰얌꿍은 오징어와 새우를 주재료로 한 해산물 수프. 맛을 본 그는 “태국에서 먹어본 그 맛이다. 팍치(고수)도 들어가고 제대로”라며 좋아했다. 그가 일식과 태국식을 함께 내놓는 마이홍을 좋아하는 이유다.
미국 대회장 인근에는 식당이 없는 경우가 많다. 먹는 게 불편했을 텐데도 그는 “대회 기간에는 연습에만 몰입하기 때문에 식당을 찾아 20~30분 이동하는 시간이 아깝다”고 했다.
그는 이른 시간에 혼자 연습하는 것을 좋아한다. “보통 연습라운드를 오전 6시30분에 제일 먼저 시작해서 가장 빨리 끝내요. 그게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도 좋거든요.”
그가 최고로 꼽는 음식은 뭘까. “제 인생 최후의 만찬 메뉴를 고르라고 하면 엄마의 김장김치예요. 어린 시절 엄마가 김치를 잘 담갔어요. 김장을 하면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 김치를 돌리곤 했죠. 김장할 때마다 솥에다 하얀 밥을 지어 김치를 찢어서 얹어 먹던 그 맛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지금도 먹고 싶어요.”
◆내년에 ‘올해의 선수상’ 받고 싶어
내년 목표는 매우 구체적으로 세웠다고 한다.
“전에는 목표를 물어보면 얘기하지 않았어요. 스스로 목표를 정해놓고 못하면 실망감도 크고 부담스러웠죠. 그런데 실망하더라도 목표를 공개적으로 말하는 게 좋겠더군요.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오히려 다독거려줄 사람들이 많은데 혼자서 미리 걱정할 필요도 없잖아요.”
큰 목표는 지금까지 한국 선수 중 누구도 받아보지 못한 ‘올해의 선수상’이다. 그는 2009년 로레나 오초아에게 아깝게 1점 차로 이 상을 내준 적이 있다. ‘최나연도 이 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더니 “올해의 선수상을 목표로 하지 않는 선수는 없다. 올해의 선수상 안 받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답했다.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호주에서 2등만 두 번 하고 아직 우승을 못했어요. 개막전인 호주여자오픈에서 우승하고 싶고, 내년 브리티시여자오픈이 골프의 발상지인 세인트앤드루스에서 열리니까 의미가 있어 우승하고 싶어요. 에비앙마스터스는 새롭게 메이저 대회로 승격되니까 또 정상에 서고 싶고, US여자오픈도 제패하고 싶어요.”
"물 싫어하지만 '나비스코' 우승해 다이빙하겠다"
그는 특히 “나비스코챔피언십은 워낙 좋아하는 코스에서 열리는 데다 대회장이 있는 팜스프링스에 집도 구입해 더 각별해졌다”며 “물을 무서워해 잘 안 들어가는데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우승해 18번홀 그린 옆 호수에 다이빙하겠다”고 덧붙였다.
◆무서운 후배들의 도전
아이스크림이 올려진 단호박 요리가 나왔다. 단호박 속에서 참치를 발견한 그는 “상상력이 뛰어난 음식”이라며 탄성을 질렀다.
그는 최나연, 박인비 등 동료 라이벌뿐만 아니라 김효주, 리디아 고 등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김효주, 리디아 고와 동반 라운드한 소감을 물었다. “예민한 부분이죠. 선수 생활은 리디아가 더 길게 할 것 같아요. 리디아는 아직 즐기면서 성장하고 있지만 효주는 현재 너무 주목받고 있어요. 최근에 우승을 하긴 했지만 10월에 프로 데뷔하고 두 달간 우승이 없다고 초조해하더군요.”
그는 김효주가 자신과 닮았다고 했다. “외모는 리디아가 저를 닮았다고 하지만 성격이랑 지금까지 해온 것을 보면 효주가 더 많이 닮았어요. 투어 생활을 하면서 겪을 일도 저랑 비슷할 것 같아요. 효주는 선배 입장에서 걱정되는 게 있어요. 효주랑 대화를 많이 해보고 싶어요.”
단호박 요리를 다 먹어갈 즈음 좋아하는 남성상을 물었더니 영화배우 고수를 꼽았다. “최근에도 시사회에서 멀리서 보고 흐뭇해했죠. 잘생겼고 웃을 때 미소가 정말 느낌이 좋아요. 전 정적인 운동을 하다 보니 소리에 민감해요. 그래서 목소리가 차분한 사람, 유쾌한 사람보다 진지한 사람을 더 좋아해요.”
◆한국인 코치 구하고 있어
식사의 마무리는 일본 라멘이었다. 매운 라멘과 미소된장 라멘을 맛본 그는 “미소 라멘 국물 맛이 압권”이라며 숟가락을 놓지 못했다.
시즌 첫 대회는 내년 2월 열리는 유러피언투어 호주 마스터스로 정했다. 이 대회 직후 한 주간 쉬고 미국 LPGA투어 개막전인 호주여자오픈에 나설 계획이다.
“동계훈련을 통해 1년간 버틸 체력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에요. 스윙도 필요한 근육을 키워야 교정할 수 있더라고요. 아무리 감이 좋아도 몸이 안 따라주면 안 되거든요. 실전 감각 등 부족한 부분은 2월에 3주간 호주에 머물면서 채울 계획입니다.”
1년간 코치 없이 지낸 그는 “스윙을 교정할 코치가 아니라 교감할 수 있는 코치를 찾고 있다”고 했다. “외국인보다는 한국인을 원해요. 다만 저의 유명세를 너무 상업적으로 이용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진솔하게 대화할 수 있는 코치 어디 없나요?”
신지애의 단골집 마이홍 - 연예인 홍석천이 운영 … 일본·태국 요리 '일품'
‘마이홍’은 서울 이태원 일대에서 7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연예인 홍석천 씨가 최근 문을 연 식당이다.
원래 태국의 남도 음식을 전문으로 표방한 식당이었다. 그러다 최근 롯데호텔과 서래마을 이자카야에서 20년간 일한 일본요리 전문 주방장을 영입하면서 태국과 일본 음식을 동시에 선보이는 컨셉트로 재구성했다. 일식도 최근 주류를 이루고 있는 이자카야나 사케바가 아니라 일본요리 전문점으로 차별화했다.
이곳의 요리들은 눈부터 사로잡았다. 접시에 버섯과 양파를 깔고 그 위에 구운 장어를 올린 뒤 흑임자를 뿌린 음식은 맛과 웰빙의 두 요소를 동시에 충족시켰다. 단호박에 아이스크림을 올린 요리는 눈 쌓인 초가집 같았다. 단호박 안에서 구운 참치가 쏟아져 환성을 지르게 했다. 요즘 제철인 굴과 해삼창자(고노와다)를 버무린 요리, 참치에 참깨소스를 뿌린 샐러드도 일품이었다.
일본식 라멘도 맛있다. 매운 라면의 이름은 ‘홍라면’이다. 미소 된장라멘 역시 신지애를 흥분시키는 메뉴다.
이태원 해밀톤호텔 뒷골목에 있다. (02)794-8990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