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정오 서울 명동거리. 주요 백화점 간판들은 새해를 앞두고 알록달록 빛을 내고 있다. 한파가 누그러져졌지만 금요일 명동거리치곤 다소 한산했다.

“지난해와는 또 다르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야 항상 힘들지만 그래도 장사하면서 지금이 제일 힘든 것 같다.” 명동 밀리오레 맞은 편에 위치한 하이해리엇 쇼핑몰 앞에서 모자를 파는 부부가 매우 지친 표정으로 말했다.

모자에 눈이 엉겨 붙지 않게 가판에 비닐을 씌우던 부부의 얼굴은 쓸쓸해 보였다. 이들 부부는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줄어든 것 같다고 밝혔다. “연말 연시라고 더 좋을 것도 없고 춥기만 하다” 면서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 연말연시가 어디 있겠냐”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근처에서 가방과 옷을 파는 상인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한 상인은 “백화점이나 잘되지, 사람 아무리 많아도 길거리 경기는 형편 없다”고 털어놨다. 일본인이나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사가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많이 사간다. 하지만 몇달 전과 비교하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날 정오를 지나고 잠시 내리던 눈이 그치자 거리엔 인파가 상당히 많아졌다. 일본어 팻말을 세워둔 가판대에 일본인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주로 일본인을 상대로 한류 상품과 액세서리를 파는 한 상인은 “내년은 좀 더 나아지길 바란다”고 새해 소망을 밝혔다.

올해를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새해의 희망을 새기는 연말연시. 하지만 전국에서 가장 목이 좋다는 서울 명동거리도 활기찬 겉모습과 달리 상인들의 주머니 사정이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다. 명동 길거리에 한파가 걷히고 새해엔 따뜻한 봄기운이 넘치길 기대해 본다.

한경닷컴 최수아 인턴기자 suea@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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