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과거사 문제와 관련한 새로운 담화를 발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극우적 입장을 담은 담화문을 통해 ‘고노(河野) 담화’와 ‘무라야마(村山) 담화’ 등 일본 정부 차원에서 과거사를 반성했던 기존 담화문을 무기력하게 만들겠다는 의도다.

아베 총리는 31일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해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와 관련, “전후 50년을 기념해 나온 담화이지만 그때부터 세월이 흘러 이미 21세기를 맞았다”며 “21세기에 바람직한 미래 지향의 아베 내각 담화를 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다만 담화 발표 시기와 내용에 대해서는 “전문가 회의를 설치해 검토하겠다”고만 밝혀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무라야마 담화 자체는 각의에서 결정한 사안이어서 계승하겠다는 의향을 표명했다.

산케이신문은 “아베 총리의 발언은 무라야마 담화 자체를 파기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담화를 발표해 역사문제에 대한 입장을 나타내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존 담화문을 수정·파기하는 것은 한국 중국 등의 거세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아베 담화’라는 우회로를 통해 극우적 역사관을 재정립하려는 것이다. 무라야마 담화는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가 1995년 “일본이 전쟁으로 국민을 존망의 위기에 몰아넣었고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의해 여러 국가와 국민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줬다”고 사죄한 것을 말한다.

아베 총리는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에 대해서는 전문가 의견 등을 듣고 관방장관 차원에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고노 담화는 1993년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관방장관이 위안부 문제와 관련, 일본군 및 관헌의 관여와 징집·사역의 강제성을 인정한 것이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