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금융위원장 "가계부채 해결 위해 재정투입 할 때 아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사진)은 31일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 구제 프로그램을 실행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출입기자들과 가진 송년 간담회에서 “가계부채는 채권자·채무자 당사자 간에 합의를 통해 해법을 모색해야 하고, 정부가 나서 대책을 만드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자신의 소신을 다시 한번 밝혔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설치해 320만명이 넘는 금융채무 불이행자의 빚을 일부 탕감하고 고금리 대출을 받은 사람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공약과 맞물려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당선인 공약인 국민행복기금은 부실채권 잉여금에 대한 배당액에서 3000억원을 출자하고 자산관리공사 고유계정 차입금 7000억원, 신용회복기금 잔여 재원 8700억원 등 1조8700억원을 기초자산으로 채권을 발행해 18조원을 조달하겠다는 것이다. 당선인 측은 “재정을 직접 투입하지 않는 게 장점”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정부가 나서 사실상의 재정을 투입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김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채무자와 채권자 당사자 간 해결이 대전제가 돼야 한다’는 원칙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시장경제 시스템의 원칙을 지키고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예방하는 것은 물론 국민경제 시스템의 형평성을 확보하려는 기본적인 철학이 있다면 (가계부채 문제는) 채권·채무자 당사자 간 문제로 풀어가야 한다”며 “정부는 다만 해결 과정에서 제도적인 뒷받침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정부가 나서 부채를 탕감해줄 것 같은 기대심리가 시장에 퍼져 있는 데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채권자와 채무자가 같이 책임을 지고 해법도 스스로 내놓게 하는 것이 최우선이며 그래도 안 되면 국민들이 부담하도록 해야 하는데,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처럼 정부가 구제 프로그램을 마련해 직접 나서야 할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금융위는 “당선인의 공약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지켜져야 할 원칙을 강조한 것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