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중국 위협론’과 ‘강한 일본’을 내세워 국방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동북아 지역의 군비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산케이신문은 1일 “일본 정부가 10~20년 후 중국의 공격 등을 상정해 육군과 공군, 해군의 전력을 일원화하는 ‘통합방위전략’ 수립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아베 내각은 이 같은 통합방위전략을 올여름 개정 작업에 착수하는 ‘방위계획대강’에 반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방위전략이 상정하고 있는 위험국가는 중국과 러시아 북한 등 3개국이다.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장래 아시아의 안보환경을 분석하고 미·일 동맹과 국방력 정비의 방향성을 제시한 뒤 그에 따른 장비 운용 계획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통합방위전략에 포함될 대(對)중국 시나리오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침공 △센카쿠와 주변섬 침공 △센카쿠를 비롯한 주변 섬과 대만 침공 등 단계별로 짜여질 전망이다. 일본은 이 같은 시나리오에 대비하기 위해 오키나와 주둔 미군의 주력부대인 ‘제31해병 원정 부대(약 2200명)’ 수준의 해병대 기능을 육상 자위대가 갖추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중국군의 활동이 활발한 동중국해의 상시 감시를 위해 대형 비행선으로 성층권 비행단을 구축하고 무인정찰기 도입 방안도 추진한다.

이와 더불어 중국의 해군력과 공군력 증강을 예의주시하면서 신형 잠수함과 2030년 퇴역하는 항공자위대의 주력전투기 F15의 후계기 개발 및 도입도 서두르기로 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강한 일본’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의 동맹을 심화하는 동시에 국경과 섬의 경계 및 경비를 강화하고 적절한 진흥과 관리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금융완화와 재정확대를 골자로 한 ‘아베노믹스’를 강하게 밀어붙이겠다는 뜻도 재확인했다. 그는 “아베 정권에 부여된 사명은 무엇보다 강한 경제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연초부터 대담한 금융완화와 기동성 있는 재정정책, 민간투자를 유발할 수 있는 성장 전략을 내각의 역량을 총동원해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