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정절벽 협상 타결] 美 경기회복 기대감 커져…수출 기업 호재
미국 정치권이 전격적으로 재정절벽 협상 타결에 성공하면서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일단 미국 내 재정절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든 점은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하지만 정부 예산 자동삭감과 관련해선 2개월 유예한 것이어서 불안감은 아직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원화와 한국 주식 값은 강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지만 외국인 자금의 대규모 유입으로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점은 부담으로 꼽힌다.

◆대미 수출에 청신호

재정절벽 협상 타결로 일단 우리 경제도 한숨 돌리게 됐다. 유럽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국 경제마저 재정절벽으로 무너질 경우 타격이 불가피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재정절벽이 발생하면 올 미국 경제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것으로 경고한 바 있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실물경기 부진과 국제금융시장 불안, 중국 등 개도국 수출 둔화 여파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지난해 미국은 한국 전체 수출의 10.7%를 차지했다. 우리에겐 중국(24.5%) 아세안(14.4%)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시장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 재정절벽 협상 진행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운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경제에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완전한 의미의 타결로 볼 수 없다는 경계론도 있다.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파국은 모면했지만 연방 정부의 예산 삭감을 2개월 늦추는 선에서 합의한 것은 미봉책”이라며 “미국 재정 건전화에 대한 최종 합의안을 도출해내야 안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율 하락 속도 빨라질 듯

원화는 강세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달 28일 1070원60전에 마감, 가까스로 1070원 선을 지켰다. 하지만 이 선을 뚫고 내려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홍승모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차장은 “재정절벽 타결이 난항을 거듭하는 상황에서도 환율은 조금씩 빠졌다”며 “타결 소식이 시장에 반영되면 하락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외환은행 매매 기준율은 지난 달 31일 1064원50전으로 떨어졌다.

이 경우 수출 경쟁력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엔화의 추가 약세로 원·엔 환율이 1200원대(100엔당) 아래로 내려갈 경우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자동차 기계 등의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타결이 환율 하락세를 이끌 요인이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성순 기업은행 자금운용부 팀장은 “재정절벽 타결 기대감이 이미 시장에 상당부분 반영돼 있는 만큼 국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주식과 채권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글로벌 자금의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재정절벽 협상 타결은 중국 경제지표 개선과 함께 연초 주가를 끌어 올리는 배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외국인 자금 흐름을 예의 주시하겠다는 방침을 정해놓고 있다. 은성수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은 “외국인 자금 유입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여 자금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정환/김주완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