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 국내 주식형 펀드에 똑같은 금액을 투자한 A씨와 B씨. 1년이 지난 현재, 두 사람은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A씨의 중소형주펀드는 34.24%의 수익률을 올렸지만 B씨의 그룹주펀드는 -3.56%로 원금 손실을 봤다. 지난해 국내 주식형 펀드 간 성과가 큰 차이를 보였다. 박스권 내 등락을 거듭했던 증시 때문에 매니저들의 종목 선정 역량에 따른 수익률 격차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일등 펀드와 꼴찌 펀드 간 수익률은 37%포인트 차이가 났다. 지난해 유형별로 두드러진 성과를 내 주목받은 베스트 펀드매니저 6인에게 올해 투자전략을 물어봤다.

고배당株 통신·음식료 등 필수소비재…주식·현금 자산 많은 지주사

‘가치투자의 명가’ 한국밸류자산운용과 신영자산운용은 지난해 시장을 앞선 수익률로 각광받은 운용사들이다. 이채원 한국밸류운용 부사장이 운용하는 ‘한국밸류10년투자’(23.21%)와 허남권 신영운용 전무가 책임매니저인 ‘신영밸류고배당’(18.18%)은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 상위권에 올랐다.

올해 두 매니저는 고배당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부사장은 “올해 기대수익률을 지난해보다 낮춰 연 6%로 잡았다”며 “통신 유틸리티 음식료 등 필수소비재 중심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우량 주식, 현금 등 자산가치가 높은 지주회사로 과녁을 좁히고 있다.

허 전무는 “올해 주식시장의 강세가 예상된다”며 “업황 부진으로 주가가 많이 떨어진 종목의 비중을 늘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배당률이 평균 이상인 종목 위주로 투자, ‘신영밸류고배당펀드’의 목표 수익률을 최소 10% 내외로 잡았다.


중소형株 글로벌 시장 점유율 늘리는 IT 부품·자동차 관련株 집중

최웅필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이사와 민수아 삼성자산운용 본부장은 이른바 ‘중소형주 발굴 족집게’로 통한다. 최 이사의 ‘KB중소형주포커스’는 작년 36.15%, 민 본부장이 맡고 있는 ‘삼성중소형포커스’는 21.93%의 수익을 냈다.

두 매니저 모두 시황보다는 글로벌 경쟁력이 높은 중소기업 발굴에 계속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최 이사는 “경기민감주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낮아지지 않을 것”이라며 “경기의 방향성보다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확대해가는 정보기술(IT) 부품주, 자동차 관련주에 관심있다”고 설명했다.

민 본부장은 “브랜드력이 강화되는 기업과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라 경쟁력이 부각되는 기업, 현금 흐름이 우수한 기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재株 "기계·화학·철강 바닥쳤다" 경기 민감株 비중 늘릴 것

지난해 글로벌 경기 둔화 여파로 경기민감 대형주들이 부진, 성장형펀드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이 와중에도 설정액 5000억원 이상 대형 펀드인 ‘삼성당신을위한코리아대표’(10.67%)와 ‘신한BNPP좋은아침희망’(11.11%)은 지난해 코스피지수 수익률(9.38%)을 앞서며 약진했다.

김영기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성장형운용팀 이사는 “저평가 메리트가 있는 경기 관련주 비중을 지난해 말 확대해 뒀다”고 말했다. 올해는 중국 관련 내수주를 매수·보유한다는 전략이다. 남동준 삼성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도 “2~3년간 바닥권을 다져온 철강 화학 등 업종이 경기 순환 측면에 반등할 것으로 보고 투자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