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 각 은행들이 발표한 신년사와 경영전략은 ‘상황이 어려우니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자’는 내용이 주종을 이뤘다. 한 해가 지났다. 새 신년사와 경영전략이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대개 ‘2012년보다 2013년이 상황이 훨씬 나쁘다’는 게 골자다. 작년에 어려웠던 것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식이다. 2011년 은행들이 사상 최대 순이익을 올렸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어째서 이렇게 됐을까.

○NIM 0.2~0.3%포인트 감소 예상돼

순이익의 착시현상을 한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2011년만 해도 현대건설 매각차익 등 1회성 요인이 많았다. 하지만 당분간 이런 특별 이익은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악재만 많다. 은행 이익을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으로 나눠 보면, 일단 주력인 이자이익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작년 4분기 들어 2% 아래로 뚝 떨어졌다. 2011년 국내은행의 NIM 평균은 2.3%(금융감독원 집계)였고 작년엔 약 2.1%를 기록했다. 은행권에서는 올해 NIM이 1.8~1.9%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NIM이 작년 대비 0.2~0.3%포인트 낮아지는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자산 규모가 약 160조원인 신한은행의 경우 NIM이 0.2%포인트 하락하면 순익이 자동으로 3200억원 줄게 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실제로는 NIM 하락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 순익 감소 폭은 이보다는 줄어들 수 있다.

○순이익 최고 40% 줄어들 듯

예대마진 감소는 저금리 탓이 크다. 또 대출금리를 높이지 말라는 금융감독 당국과 여론의 압박, 예금금리를 낮출 경우 고객 기반을 상실하게 될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비이자이익으로 분류되는 수수료 이익도 줄어들 전망이다. 이미 시중은행은 지난해부터 각종 대출 관련 수수료나 현금인출 관련 수수료 등을 상당부분 줄였다. 주식시장이 썩 좋지 않아 펀드 판매 수수료 등도 줄고, 보험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늘면서 방카슈랑스 판매도 쉽지 않다.

경기 불황으로 충당금을 더 많이 쌓아야 할 가능성도 높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내년 목표를 설정하면서 충당금을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올해보다 줄이기 어렵다’는 뜻에 가깝다”며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서민금융 강화 기조와 가계부채 연착륙 노력 등은 사회 전체의 이익을 증가시킬 수 있지만 은행의 단기적 이익에는 마이너스 요인이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들은 내년에 10~40%의 순이익 감소를 전망하고 있다.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자”

저금리나 불황 등을 은행의 노력만으로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이에 대응하는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은행들은 저성장·저금리를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기로 하고 경비절감 및 성장동력 확충 등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비이자이익을 확대하고 대손비용과 판매·관리비를 절감해 수익성을 최대한 유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은 적자 점포를 닫는 내용을 포함한 수도권 점포 운영체계 개선안을 마련했다. 군살을 덜어 효율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하나은행은 개인부문에서 프라이빗뱅킹(PB) 전용 상품을 개발하고 투자자문 서비스를 강화하기로 했다. 기업부문에서는 신디케이트 론을 늘리고, 투자은행(IB) 부문도 확대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은퇴·노후시장 관련 상품을 적극 개발할 계획이다.

올해 은행업에 기회가 될 수 있는 요인도 분명 있다. 우리은행 측은 “정부의 예산확대로 복지예산·녹색산업·연구·개발(R&D) 투자가 늘어나고 비과세 재형저축 도입과 장기펀드 소득공제 등이 도입되는 것은 영업 기회가 증가하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