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은 역대 경제수장들 중 가장 힘겨운 자리가 될 게 뻔하다.”

새누리당 경제통 의원들의 공통된 얘기다. 전직 관료 출신의 한 경제통 의원은 2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철학대로 증세 없이 복지재원을 마련하고, 경제민주화도 추진하면서 성장도 챙겨야 하는 게 첫 재정부 장관의 임무가 될 것”이라며 “서로 충돌하는 과제를 조화시켜 추진한다는 게 결코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올 상반기는 경기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가계부채 문제가 시한폭탄으로 불거질 수도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초대 재정부 장관을 제의받아도 어느 누구도 선뜻 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경제통 의원들이 재정부 장관을 ‘힘겨운 자리’로 꼽는 가장 큰 이유는 ‘박근혜식 복지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박 당선인이 누누이 강조해온 복지재원 마련 원칙은 이른바 ‘60 대 40’이다. 대선 과정에서 내놓은 복지 공약을 맞추려면 연간 27조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한데, 60%는 정부 지출을 줄이고, 나머지 40%는 세입을 늘려 마련한다는 것이다.

정부 지출의 경우 모든 부처의 재량지출을 마른 손수건 쥐어짜듯 줄이자는 것인데, 매년 재량지출 10% 감축을 목표로 예산을 짜도 고작 줄일 수 있는 게 1조~2조원에 불과하다는 게 예산 담당자들의 얘기다. 비과세·감면을 줄이는 식으로 나머지 40%(10조8000억원)를 마련한다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누가 첫 경제수장 자리를 맡아 당선인과 호흡을 맞출지도 관심이다. 당선인의 한 측근은 “이명박 정부는 초기에 관료를 믿지 못해 학자 출신을 중용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당선인의 경우 관료에 대해 기본적으로 신뢰를 갖고 있는 편”이라며 “정권이 바뀌는 게 아닌 만큼 연속성을 기한다는 측면에서 기존 관료 중 적임자를 기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땐 차관급 이상 관료들은 대부분 교체됐다.

경제통 의원들에 따르면 기존 관료 가운데선 현 박재완 재정부 장관(행시 23회)보다 후배인 행시 24회가 우선적으로 물망에 오를 수 있다.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과 임종룡 국무총리실장, 신제윤 재정부 1차관 등이 거론된다.

박 당선인이 국회와의 긴밀한 협조를 강조한 만큼 당내 경제통 의원 중에서 입각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이한구 원내대표와 최경환 의원, 김광림 여의도연구소장 등이 과거 관료 경험도 가졌다는 점에서 우선순위로 거론된다.

일각에선 ‘대탕평 인사’를 강조한 당선인의 원칙이 조각에도 적용된다면 이용섭 민주통합당 전 정책위의장을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박 당선인이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으로 활동하던 당시 같은 상임위였던 이 의원에 대한 인상을 좋게 갖고 있었다는 얘기가 있다.

학자 출신으로는 박 당선인의 옆에서 오랫동안 정책을 도와온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김영세 연세대 교수 등이 거론되지만 과거 학자 출신의 재정부 장관 성공 케이스가 드물다는 점에서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