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액이 2000만원으로 낮아지면서 새해 첫 거래일부터 물가연동국고채(물가채)에 돈이 몰리고 있다. 이로 인해 물가채 가격은 3거래일 만에 6.63% 상승(금리 하락)했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DB대우증권은 이날 20억원어치의 물가채를 개인들에게 판매했다. 이는 지난달 하순의 2배 규모다. 삼성증권과 우리투자증권 등 다른 증권사 프라이빗뱅킹(PB) 창구에서도 물가채 매입을 묻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상철 KDB대우증권 PB클래스 갤러리아 부장은 “보유하고 있는 물량보다 수요가 많아서 즉시 구입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간 고객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물가채 구입을 문의하는 전화가 계속해서 걸려온다”며 “연초에 상당한 물량이 판매될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도 급등했다. 채권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물가채인 ‘물가0150-2106(11-4호)’ 금리는 지난달 27일 연 0.77%에서 이날 연 0.68%로 0.10%포인트 내렸다. 액면가 1억원을 기준으로 한 가격은 1억1008만원에서 1억1081만원으로 6.63% 올랐다. 이날은 연 0.47%에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물가채는 정부가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맞춰 해마다 원금이 늘어나는 점이 다른 국고채와 다르다. 대신 금리는 낮다.

일반적으로 채권 금리는 물가상승률과 이를 감안한 실질이자율이 합쳐져서 결정된다. 하지만 물가채는 물가상승률이 원금 자체가 늘어나는 자본이득으로 계산된다. 원금 증가액은 과세대상이 아니어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게다가 만기가 10년으로 분리과세 혜택까지 주어진다. 이 혜택은 2015년에 발행되는 물가채부터는 적용되지 않는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었던 거액 자산가들이 지난해 물가채를 집중 매수한 이유다.

조완제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 팀장은 “절세 상품으로 투자할 만한 상품이 없기 때문에 물가채 인기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팀장은 “최근 금리 하락으로 가격이 올라 물가채 매입을 망설이던 자산가들이 상당수였는데, 세제 개편으로 매입 유인이 강해졌다”고 덧붙였다.

이번 세제 개편으로 절세 혜택을 볼 수 있는 투자상품이 물가채나 브라질 국채 등 몇 가지밖에 없다는 점도 물가채 인기가 계속될 거라고 전망하는 이유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