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물량을 실어나르니 절로 흥이 나고 수출전사로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일감만 있으면 강추위가 몰아치고 바람이 세게 불어도 견딜 만합니다.”

3일 오전 부산 감만동 북항의 동부부산컨테이너터미널 2번 선석. 지상 50m 상공의 컨테이너 크레인 운전실에서 장비기사 이도균 씨(39·사진)가 아래쪽 부두 안벽 선박을 바라보면서 부지런히 손을 놀렸다. 중국과 태국 등으로 수출하는 제품을 실은 1000여개 컨테이너를 부두에 정박한 일본 선적의 2000TEU(1TEU=6m짜리 컨테이너 1개)급 ‘몰 시브리저호’ 선창에 옮기느라 분주했다.

그는 “풍속이 평소보다 2배 이상 빠른 초당 12m여서 사람이 서 있지 못할 정도”라며 “크레인도 많이 흔들리고 있다”고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아파트 14층 높이 상공에서 60m 길이의 레일을 오가며 컨테이너를 화물창고에 정확히 옮겨 싣는 작업도 쉽지 않은데 이날은 올겨울 들어 기온이 가장 떨어진 혹한의 날씨여서 그는 초긴장 상태다. 며칠째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런데도 이 기사는 “물량만 있다면 이 정도 날씨쯤은 아무 문제 없다”며 힘주어 말했다. ‘몰 시브리저호’ 선적 작업은 컴컴한 이날 오전 4시부터 시작됐다. 10시간 동안 겨울 해풍이 몰아치는 혹한 속에서 자동차부품, 전자제품 등 화물을 실은 배는 오후 3시께 이 기사의 희망을 안은 채 부산항을 힘차게 떠났다.

세계적 경기 침체로 인한 암울한 경기 전망은 딴세계 같은 고공 크레인에 앉아서도 피부로 느껴진다. 하지만 이 기사는 주눅들지 않았다. 새 정부, 2013년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동부부산컨테이너터미널은 컨테이너 115만TEU를 처리해 2011년(124만TEU)보다 7.3% 정도 줄었다”면서도 “올해는 새 정부가 경제를 도약시켜 부두에 화물을 꽉꽉 채울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올해 부산항을 통한 전체 수출입 물량이 늘 것으로 내다봤다. “항만공사와 동료 기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부산항의 물량이 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항만 물동량 증가에 힘입어 우리 국력도 커질 것으로 확신합니다.” 부산항은 지난해 사상 최대치인 1700만TEU의 물량을 처리했다. 2008년까지 증가일로이던 컨테이너 처리 실적이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주춤하다 다시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올해는 지난해 실적을 뛰어넘는 1800만TEU가 목표로 잡혀 있다.

그는 “여덟살짜리 딸 수아, 네살짜리 아들 수환이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경제가 회복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