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광다이오드(LED) 모듈 생산 중소기업인 에스에스라이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대미 수출액이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2.4~6.0%였던 관세가 즉시 사라지면서 가격 경쟁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한·미 FTA 발효 전 16만달러였던 수출액은 약 150% 증가한 40만달러를 넘어섰다.

회사 관계자는 “한때 중국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에 밀려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전 직원이 FTA 교육을 받은 뒤 성공적으로 미국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계 수출 96.6% 급증

지난해 3월15일 발효된 한·미 FTA가 중견·중소기업 주력 품목의 수출을 늘리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만 이득을 볼 것이라고 예상했던 일각의 우려와 달리 중견·중소기업도 한·미 FTA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한국경제신문이 관세청 수출입통계 자료를 토대로 한·미 FTA 발효 전후 11개월을 비교한 결과 자동차부품 섬유 공구 가구 등 중견·중소기업이 주로 진출한 분야의 수출이 최고 96.6%까지 늘어났다. 지난해 3월부터 올 1월 대미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6% 늘어난 52억2738만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중소기업 주력 수출 품목인 섬유 수출액도 3.7% 증가한 13억464만달러였다. 공구와 가구는 각각 2억4692만달러(38.3%)와 2억3260만달러(46.9%)를 기록하는 등 큰 폭으로 수출이 늘었다. 같은 기간 시계 수출액은 96.6% 급증한 612만달러로 나타났다.

명진호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 수석연구원은 “자동차부품의 경우 미국 현지 한국 자동차 생산이 늘면서 수출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전반적으로 중견·중소기업 주력 품목의 국제 경쟁력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美→韓 투자도 늘어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투자도 대폭 증가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한·미 FTA 발효 후 지난해 2~4분기 한국에 대한 미국의 직접투자는 32억4800만달러(신고 기준)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19억500만달러에 비해 167.5% 늘어난 수치다.

지경부 관계자는 “미국의 직접투자 유형을 보면 인수·합병(M&A)을 통한 제조업 투자가 크게 증가했다”며 “국내에 그만큼 일자리가 많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이 미국에 직접 투자하는 금액은 3분의 1로 떨어졌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2~4분기 한국의 대미 직접투자는 52억6200만달러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277% 급감한 것이다. 미국 경기 둔화와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농산물 수출 3.1% 늘어

미국산 농산물이 국내 밥상을 점령할 것이란 우려와 달리 육류, 곡물 부문에서 수입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한·미 FTA 발효 후 미국산 육류 수입액은 2억6874만달러를 기록했다. 발효 전 같은 기간보다 24.5% 줄어든 것이다. 수출액은 2190만달러로, 되레 발효 전보다 3.1% 늘었다.

곡물의 수입 감소폭은 더 컸다. 지난해 3월부터 올 1월 미국산 곡물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41.0% 떨어진 40억8415만달러에 그쳤다. 육류와 곡물을 제외한 어류(19.4%) 채소(47.6%) 과일(39.8%) 낙농품(2.8%) 등 전반적인 농수산물은 수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한필 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육류와 곡물 수입이 줄어든 것은 한우 생산량 증가, 미국 가뭄 발생 등 자연재해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인다”며 “농축산물은 관세 인하가 장기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정부가 국내 농업 피해를 막기 위해 수립한 중장기 대책을 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미현/임호범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