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행정소송 제기…17일 1만명 반대집회

동·식물 등 천연물질로 만들어진 알약이나 캡슐약 등의 천연물신약(양약)을 의사들만 처방하게 한 현행 제도는 잘못됐다며 한의사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한의사들이 천연물신약 처방권 확보를 위해 만든 한의사비상대책위원회는 ‘천연물신약’을 양약으로 허가하는 내용의 식품의약품안전청 고시를 무효화해 달라며 4일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양약으로 허가받은 천연물신약은 동아제약의 위염치료제 ‘스티렌’, 녹십자의 관절염치료제 ‘신바로’, 한국피엠지제약의 골관절염치료제 ‘레일라정’, SK케미칼의 관절염치료제 ‘조인스정’ 등 7종이 나와 있다.

김지호 한의사비대위 홍보위원은 “한방에서 주로 활용되는 처방으로 만든 의약품인데 알약이나 캡슐 형태로 만들어졌다고 천연물신약으로 분류돼 의사들만 처방하게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녹십자가 판매 중인 ‘신바로캡슐’과 한국피엠지제약의 ‘레일라정’은 한방적 처방에 따라 조제한 의약품”이라며 “한방 조제약품의 경우 체질이 맞지 않는 사람이 먹으면 큰 탈이 나기 때문에 의사들이 처방을 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오는 17일 서울역 또는 여의도광장에서 1만명의 한의사들을 모아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아스피린은 버드나무, 탁솔(항암제)은 주목나무, 아르테미시닌(항암제)은 개똥쑥 등 대다수 의약품이 결국 천연물로 만든 것인데, 이를 모두 한방 소유라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손건익 보건복지부 차관은 “천연물신약의 처방권을 의사에게만 부여한 관련 법은 문제가 있고 약가법과도 충돌한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