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형태로든 개별 기업의 노사문제에 정치권이 개입하는 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쌍용자동차 고위 관계자는 4일 이한구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의원들이 경기 평택공장을 다녀간 뒤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그는 “쌍용차 문제는 경영정상화가 유일한 해법”이라며 “어떤 정치적 액션이 있다 해도 경영정상화가 안 되면 해결될 수 없다”고 했다. 같은 날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등이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차 노조 농성장을 찾은 것에 대해 “사전에 연락을 받은 적이 없는데 새누리당이 평택공장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예정에 없던 일정을 추가한 것 같다”며 “여야가 개별 기업의 노사관계에 개입하면 갈등만 심화할 뿐”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이 새해 벽두부터 쌍용차 해고 근로자 문제를 해결한다며 바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일각에선 정치권이 ‘대통합’이라는 명분에 잡혀 개별 기업의 노사 문제에 경쟁적으로 개입, 갈등을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집권여당 원내대표까지 쌍용차 현장을 직접 찾아 1월 임시 국회에서 쌍용차 해고 근로자 복직 문제가 쟁점화될 공산이 커졌다.

여야는 쌍용차 국정조사에 대해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1월 국회 안건 중 하나로 쌍용차 국정조사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9월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쌍용차 청문회를 연 만큼 쌍용차 스스로가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자고 맞서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송전탑 농성 중인 해직 근로자들이 국정조사를 요구하자 “최종 목표는 국정조사가 아니라 문제를 푸는 것”이라며 “농성을 풀고 기다리는 게 문제를 푸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민주당은 비슷한 시간 쌍용차 분향소를 찾아 국정조사 관철 방침을 되풀이했다. 박 원내대표는 “정권 교체 실패로 희망을 잃은 노동자들의 희생이 잇따르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당내에 노동대책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이 위원회의 첫 임무를 쌍용차 국조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여야가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어 1월 임시국회 소집과 함께 쌍용차 국정조사를 둘러싼 기싸움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필요하다면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국정조사 실시를 합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유일 쌍용차 대표는 “평택공장에 근무하는 4700명과 협력업체 11만명의 일자리를 보전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을 갖고 최대한 노력 중”이라며 “우리가 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