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은행들의 여신 건전성 분류 실태에 대한 일제 점검에 나선다. 대손충당금을 제대로 쌓았는지도 집중적으로 파악할 예정이다. 지난 한 해의 결산을 진행 중인 은행들이 저성장·저금리 기조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여신 건전성을 유리한 쪽으로 분류, 충당금을 적게 쌓고 당기순이익을 부풀리는 식으로 재무제표를 짜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적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은행 입장에서는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4일 금융당국 및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조만간 18개 은행을 대상으로 여신 건전성 분류 및 충당금 적립 현황 등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에 들어간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은행들이 순이익을 더 내기 위해 여신 건전성 분류를 제대로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 2~3년을 내다보고 그나마 상황이 견딜 만할 때 충분한 충당금을 쌓아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은 우선 은행들이 여신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 의문, 추정 손실 등으로 분류하는 과정에서 원칙을 준수했는지 집중 점검한다. 예를 들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준하는 기업의 여신 건전성은 고정 이하로 분류해 보통 40~50%의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데, 순이익을 늘리기 위해 요주의 등으로 분류해 충당금을 적게 적립하는 식의 ‘꼼수’를 적발해내겠다는 얘기다.

충당금 적립 비율도 점검 대상이다. 충당금을 기준대로 쌓았는지와 환입 규모를 부풀렸는지 등을 들여다본다. 은행들의 고정이하 여신 대비 충당금 적립 비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은행들은 대놓고 반발하진 못하지만 속으로는 답답해 하는 분위기다. 사실상 순이익 규모를 줄이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서다. 은행들의 지난해 순이익이 평균 25%, 최대 40%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저금리 기조에 따라 예대마진이 줄어드는 데다 경기 부진으로 빚을 갚지 못하는 기업과 가계가 늘고 있어서다.

장창민/류시훈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