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인터뷰 - 원종훈 국민은행 WM사업부 세무팀장
상가·오피스텔·원룸 등 수익형 부동산 관심 가질만
“세법 개정으로 자산가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절세 전략을 짜는 게 시급합니다.”
원종훈 국민은행 WM사업부 세무팀장은 절세 분야 전문가다. 프라이빗 뱅킹(PB) 소속 세무사의 원조 격인 그는 2001년 우리은행이 PB사업 진출을 위해 딱 한 명의 자산관리 세무사를 모집했을 때 입행했다. 2005년에 국민은행으로 스카우트돼 자산가들의 절세를 돕고 있다. 그는 “작년 말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강화되면서 금융 자산가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서는 자산을 절세 상품들에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차명계좌 활용은 피해야
개정된 세법에 따르면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기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아졌다. 이전에는 이자, 배당 등을 통한 금융소득이 4000만원 이상인 경우에만 최고 세율 38%가 적용되는 종합과세 대상이었지만 올해부터는 2000만원만 넘어도 대상자가 된다.
원 팀장은 “연리 4% 정도라고 봤을 때 기존에는 10억원 이상 예금이 있는 경우 종합과세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5억원만 있어도 대상이 된다”며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금융소득 4000만원 선이 무너지면서 자산가들 사이에서 절세법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업계는 이번 세법 개정으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기존 4만9000여명에서 20만여명으로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원 팀장은 비과세 상품을 적극 활용할 것을 추천했다. 그는 “장기 저축성보험 가운데 비과세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상품들이 있다”며 “상대적으로 소득세율이 낮은 해외 주식 투자도 고려해 볼 수 있고, 예금 상품은 일시에 이익이 몰리지 않도록 만기일에 따라 분산 예치하는 방법 등으로 종합과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차명 계좌를 활용하는 것은 피하라고 당부했다. 원 팀장은 “기존에는 가족 명의 등으로 차명 계좌를 만들어 자금을 분산 관리할 수도 있었지만, 이제는 단순 차명 계좌라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증여로 간주돼 높은 세율의 세금이 부과된다”며 “소득세를 피하려다 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관련법이 개정됨에 따라 차명 계좌의 명의자가 단순 차명 재산임을 입증하지 못하면 계좌에 돈이 입금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과세당국이 증여세를 추징할 수 있다. 기존에는 단순 차명 계좌인지, 증여 계좌인지 과세당국이 실사를 통해 밝혀내야만 했지만 이젠 납세자가 입증 부담을 지게 된 것이다. 원 팀장은 “증여 신고를 안 하고 나중에 추징을 당하면 납부·신고 불성실 가산세도 붙어 최고 60%의 세금을 더 내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익형 부동산 관심 늘 듯”
금융회사에 있던 돈이 부동산으로 옮겨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그는 예상한다.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원 팀장은 다만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 이자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금융소득종합과세도 피할 수 있어서다. 원 팀장은 “과거엔 부동산에 투자해서 자본 이득도 실현했고, 임대 소득도 얻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순 없다”며 “매매 차익보다는 임대 소득 쪽에 초점을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주택 취득세 감면 조치가 연장되지 않은 것과 관련, 원 팀장은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취득세 감면 카드를 다시 꺼내들 가능성이 높지만 취득세가 낮아지더라도 부동산 투자가 크게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절세를 위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것은 처한 상황에 따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원 팀장은 조언했다. 그는 “집 한 가구에는 자신이 살고 있고, 다른 한 가구는 임대로 내주고 있는 ‘1가구 2주택자’의 경우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크거나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팔 생각이라면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한 가구를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해당 주택은 종부세 대상에서 빠지고, 자신은 ‘1가구 1주택자’로 바뀌어 살고 있는 집을 팔 때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대사업자 등록을 일단 하게 되면 5년 이상 임대사업을 계속해야 하고, 만일 그전에 사업을 포기하거나 임대주택을 처분하면 비과세받았던 세금이 추징되는 등 금전적 손실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원 팀장의 설명이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