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Fed의 양적완화 끝나면 한국 주가 폭락할까?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조기 종료 논쟁이 불거지면서 한동안 잊혀졌던 ‘출구전략(exit strategy)’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월가의 표현대로라면 ‘느닷없이’ 양적완화 종료 문제가 나온 것은 작년 12월 도입된 ‘고용 목표제(employment targeting)’ 운영 방식 때문이다. Fed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조치로 평가되는 이 정책을 운영할 때 Fed는 기준금리 변경은 고용과 연계시켰지만, 양적완화는 연계시키지 않았다. 경기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양적완화를 종료할 수 있다는 의미를 함축한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이미 각국은 출구전략을 추진해왔다. 기준금리 인상, 유동성 환수와 같은 적극적 의미의 출구전략을 추진한 국가는 호주, 이스라엘 등이 대표적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국가들은 기준금리 동결, 양적완화 중단과 같은 소극적 의미의 출구전략을 추진했거나 이행하고 있다.

Fed의 양적완화 종료 논쟁을 계기로 재부상할 출구전략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개념부터 정립해야 한다고 월가는 권한다. 많이 알려진 대로 ‘위기에서 빠져 나오는 대책’으로 이해한다면 위기 이후 추진한 각국의 대책들이 모두 출구전략에 해당한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출구전략을 ‘위기 이후 상황을 겨냥한 선제적인 정책’으로 그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고 말한다.

후자대로 개념을 정립한다면 출구전략을 마련하는 것과 추진하는 시기는 구별된다. 모든 정책의 시차를 감안하면 위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상황에서 출구전략을 논의하고 마련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빅 스텝’ 금리 인하, 양적완화 등으로 상징되는 이번 대책이 워낙 강도가 있었던 만큼 상황이 닥친 뒤에 마련할 경우 늦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구전략이 마련됐다는 이유로 곧바로 추진할 경우 더 큰 화(禍)를 부를 수 있다. 이제 막 경기회복의 ‘싹이 돋는 단계(green shoots)’에서 한 나라 경제의 거름에 해당하는 돈을 거둬들일 경우 노랗게 질려 ‘시든 잡초(yellow weeds)’로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1930년대 대공황을 초래했던 ‘에클스의 실수(Eccles’s failure)’를 들 수 있다.

이 때문에 미리 마련된 출구전략을 언제 추진할지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추진 시기를 결정하는 데는 여러 기준이 있지만 전기 대비와 전년 동기 대비로 산출되는 성장률이 2분기 연속 ‘플러스’로 돌아서고, 그 수준이 잠재성장률에 근접할 때를 택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이 경우도 인플레이션과 자산 부문의 거품이 우려될 때에 한해서다.

출구전략을 추진하더라도 기준금리를 곧바로 올리는 방안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통화정책에 있어서 기준금리를 변경하는 것은 급진적인 정책에 해당한다. 경제주체들이 처한 개개의 사정과 책임에 관계없이 기준금리를 변경할 경우 경제 전반에 동일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규모 금융위기 이후 거론되는 출구전략은 과잉 유동성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 낄 거품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에 목표를 둬야 한다. 보통 때처럼 경기과열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는 것에 방점을 두는 게 아닌 만큼, ‘위기극복과 경기회복’이라는 가장 큰 목표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배경에서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각국이 처한 여건과 앞으로 예상되는 상황을 감안해 단계별 출구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월가의 시각이다. 우선 비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요인 등과 같은 위기 대책과 관계없이 출구전략을 빨리 가져가게 할 수 있는 착시적인 여건부터 걷어낼 것을 권한다.

그런 뒤에도 인플레이션과 자산시장에 거품이 우려된다면 이 단계에서는 기준금리를 올리기보다는 소극적 의미의 출구전략이나 ‘리버스 오퍼레이션(reverse operation)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한다. 공개시장 조작을 할 때 장기채 매입을 통해 장기금리를 내려 기업의 설비투자 증대 등을 통한 실물경기 회복과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을 마련해나가되, 그 과정에서 풀린 유동성은 중앙은행이 보유한 단기채를 매도해 흡수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을 추진했는데도 출구전략이 계속 필요한 상황이 된다면 그때 기준금리 인상 등 적극적 의미의 출구전략을 추진할 것을 권한다. 이때도 미국처럼 한 나라의 금리 체계가 잘 잡혀 있는 국가에서는 기준금리를, 중국처럼 은행 위주의 금융산업 구조를 갖고 있는 국가들은 지급준비율을 올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양적완화 종료 논쟁을 계기로 재부상할 출구전략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추진될 것인가도 이런 시각에서 보면 감(感)을 잡을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출구전략이 ‘위기극복과 경기회복’이라는 본질을 훼손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그런 만큼 출구전략은 단기적으로는 증시에 악재가 될 수 있어도, 궁극적으로는 주가를 끌어올리는 호재로 인식해야 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