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모녀 관계는 같은 性으로 출발한 한몸
신씨가 미워하고 사랑하며, 상처주고 미안해하는 복잡한 모녀 관계를 담은 에세이집 《엄마와 딸》을 내놓았다. “엄마처럼 살진 않을 거야!” “딱 너 같은 딸 하나만 낳아 봐라!” 모녀는 흔히 이처럼 가시돋친 말을 주고받고, 서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상처를 주는 관계다. 하지만 사실 누구보다 서로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관계라고 그는 말한다.
딸의 이름으로 70년, 엄마의 이름으로 45년을 살아온 그는 ‘딸로서 바라보는 엄마’ ‘엄마로서 바라보는 딸’ ‘엄마로서 바라보는 엄마’ ‘딸로서 바라보는 딸’의 네 가지 시선으로 그 관계를 고백하고 성찰한다. 책의 시작은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바치는 참회록인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다.
“지금도 저는 ‘엄마, 미안해’라는 말을 하고 또 해야 해요. 왜 그렇게 못되게 굴었는지 모르겠어요. 단 한 번도 고분고분 말하지 않았어요. 엄마! 저를 떠난 지 35년이 되어 가요. 그러니까 제가 엄마 없이 35년을 살았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말도 안 돼요.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니요. 이제야 알겠네요. 제가 왜 그렇게 아팠는지. 왜 그렇게 외로웠는지. 엄마! 이 다음 세상에서는 내 딸로 태어나, 엄마! 그래서 엄마에게 했던 것보다 100배의 사랑을 주고 싶어!”
그는 세 딸을 둔 엄마다. 엄마의 이름으로 산 지 45년이 됐지만 지금도 ‘초보 엄마’라고 고백한다. 엄마에는 프로가 없다는 얘기다.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무조건 믿고 인내하고 사랑을 줘야 하는데 그 ‘무조건’이 잘 안 된다. 이 때문에 가끔 모녀 관계가 찌그러지거나 찢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엄마와 딸은 처음부터 한몸에서 같은 성(性)으로 출발한 한몸 같은 존재다. 그는 책의 말미에 딸에게도 편지를 보낸다.
“사랑하는 내 딸들아. 한 여자의 생이 저물고 한 마디만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나는 너희들을 향해 ‘딸들아.’ 이렇게 말하고 눈을 감을 것 같아. 그런 날 내가 너희 이름을 각각 부르지 않더라도 이해해라. 아마 힘이 없을지 몰라. ‘딸들아’라는 말 속에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가 다 들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