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캐피털 5곳 중 1곳이 매각을 추진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벤처캐피털이 늘고 있어서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운용자산 2345억원으로 업계 10위권인 동양그룹 계열사 동양인베스트먼트와 30위권인 BMC인베스트먼트 등이 매각을 추진 중이다. 또 증권사 자회사인 L인베스트먼트와 N캐피탈 등도 새 주인을 찾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매각을 추진하거나 검토 중인 벤처캐피털(신기술금융사 포함)은 20곳을 넘는다. 이는 국내에서 영업 중인 벤처캐피털(110여개)의 20%에 이르는 수준이다. 이만한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기는 2001년 벤처 거품 붕괴 이후 처음이다.
한 관계자는 “종전엔 자본잠식 상태인 부실 벤처캐피털이 주로 나왔으나 최근에는 상당한 투자 성과를 낸 우량 회사들도 매물로 나오고 있다”며 “그만큼 벤처캐피털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털이 잇따라 매물로 나오는 것은 작년 IPO 시장 냉각 여파로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유동성 압박을 받는 회사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투자한 바이오나 태양광 업체의 실적이 부진해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이 여파로 신규 펀드 결성마저 힘들어지자 매각을 선택한 벤처캐피털이 상당하다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오동혁 기자 otto8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