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中회계…상장사 절반 '분식'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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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상무부 자체조사 충격…28%는 재무안전성도 위험
부동산 업종은 10개 중 9곳 '뻥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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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장기업 중 절반이 분식회계 혐의가 있다는 중국 정부기관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과 한국 등으로부터 상장기업의 회계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스스로 상장기업들의 분식회계 혐의를 제기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따라 부정부패 척결을 주장해온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회계 개혁’을 추진할지 관심을 끈다.
◆상장사 절반이 분식회계 혐의
중국 상무부 산하 상무부연구원이 1689개 상장사의 지난해 1~3분기 재무보고서를 조사했다. 그 결과 48.7%인 823개 기업에서 분식회계 혐의가 발견됐다고 중국신문망 등이 7일 보도했다. 업종별로는 부동산 기업의 84.6%에서 분식 혐의가 발견됐다. 이어 소매(79.1%) 건축(72.2%) 도매(70.6%) 복합업(62.3%·한 회사가 두 가지 업종 이상의 사업을 하는 것) 등의 순으로 분식 혐의 비중이 높았다.
분식 혐의가 있는 회사들은 대부분(73.2%) 채권·채무관계를 이용해 분식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주가관리 등을 위해 이미 부실화된 채권을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고 자산으로 편입시키거나 채권 채무를 누락시키는 방법을 주로 사용했다.
상무부연구원은 세미스(Themis)라는 방식을 이용해 분식회계 혐의를 조사했다. 재무보고서에 있는 판매원가 판매수입 채권 채무 등 연관 항목들의 불합리한 수치와 통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분식 여부를 추정하는 시스템이다. 실제 장부를 놓고 무형자산 순자산 대출 등의 항목에 대해 실사를 해 분식 여부를 판단하는 회계감사는 아닌 셈이다.
정부 기관이 상장기업들의 절반가량에 분식회계 혐의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은 앞으로 분식회계에 대해 손을 보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재 중국은 상장사들이 국내에 있는 수백개의 군소 회계법인에서도 감사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만큼 감사가 허술한 셈이다.
재무보고서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해 분식회계가 의심되는 중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집중 조사를 벌였으며 관련 책임을 물어 딜로이트 등 글로벌 회계법인들을 기소하기도 했다.
중국 회계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중국 기업 실사를 나가보면 대부분 세무보고용, 은행 제출용, 내부 관리용 등 3~4개의 장부를 갖고 있는 게 기본”이라며 “중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반드시 회계 부문을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재무 상태도 악화
상장사들의 재무건전성도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재무위험이 있거나 재무위험이 비교적 높은 기업이 조사 대상의 28.1%인 475개사에 달했다.
상무부연구원은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100점 만점으로 환산해 39점 이하일 경우 재무위험이 있다고 판단한다. 19점 이하이면 재무위험이 비교적 높은 기업으로 간주한다. 재무안전도가 비교적 우수한 기업(60점 이상)은 23개사로 전체의 1.36%에 불과했다. 상무부 관계자는 “상장회사의 재무안전총지수는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4776.67로 전년 동기에 비해 13.7%나 떨어졌다”며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 대상 기업 중 재무위험이 있는 기업의 비중은 부동산업이 63.6%로 가장 높았다. 이어 건축(55.6%) 도매(52.9%) 복합(47.2%) 운수(31.7%) 순이었다. 상무부연구원은 “재무위험이 있는 회사 중에서 분식회계 혐의가 있는 회사는 65.3%에 달했다”며 “증시 퇴출 등의 압력으로 인해 부실 상장사들이 분식회계 유혹에 쉽게 빠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