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되면 모든 지원이 끊기는데, 이런 잘못된 관행은 바꿔야 한다”고 7일 말했다. 박 당선인은 이날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같이 지적했다고 복수의 인수위원이 전했다.

박 당선인이 이같이 지시함에 따라 인수위는 중견기업에 대해서도 중소기업에 버금가는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논의하지는 않았지만, 박 당선인이 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조한 만큼 방향성은 결정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현재 중소기업에는 다양한 정책적인 지원이 이뤄지지만 자기자본 80억원을 초과하거나 상시근로자 300명 이상인 중견기업에는 별다른 지원이 없는 실정이다. 현 정부에선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각종 세제지원 방안을 내놨지만 한계가 있다는 게 박 당선인의 인식이라고 인수위 한 관계자는 전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은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여건이 돼도 인위적인 구조조정·분사 등 편법으로 외형확대를 회피하는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 현상이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중견기업에 대해 모든 세제혜택을 한꺼번에 없애지 않고 유예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안 등이 인수위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중소기업청은 대기업 납품 제품의 단가를 직접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중소기업이 속한 조합에 주는 등 중소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업무 내용을 인수위에 보고할 예정이다. 그동안 중소기업은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는 납품 단가에 대해 이의제기 신청권만 갖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중소기업청은 또 통합도산법을 개정해 간이회생제도 대상을 개인에서 기업·법인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 피터팬 증후군

몸은 어른이지만 마음은 아직 동화의 세계에 머물러 어른의 사회에 적응할 수 없는 현상을 의미한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될 경우 그간 누리던 160여가지의 세제 등 각종 혜택이 끊기기 때문에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를 꺼리며 중소기업으로 남으려는 경향을 설명할 때 쓴다.

도병욱/김주완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