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이 비상대책위원장 선출을 하루 앞둔 8일 계파 간 정면 충돌 양상을 빚고 있다.

주류 세력으로 분류되는 `386' 의원들과 일부 초ㆍ재선 의원들이 박영선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밀면서 비주류 측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영선 카드'는 이인영 우상호 김현미 김기식 의원 등 대선 선대위에서 핵심 보직을 맡은 범주류 초ㆍ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박 의원이 `문재인-안철수' 야권 후보 단일화에 깊숙이 관여하고 공동선대본부장으로서 선대위 핵심 역할을 한 것에 대한 책임론도 정면 돌파하려는 모습이다.

이인영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박 의원은 선대위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으로 도의적 책임을 질 수는 있지만 정치적 과오를 범한 게 아니다"라며 "단일화 협상 역시 불리한 룰에 양보하지 않은 것이지 안철수 전 후보의 일방적 사퇴로 몰고 간 것은 전혀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한 "계백 장관을 내세워 황산벌 전투를 벌이는 심정으로 최선의 장수를 내세워 향후 3개월간 당을 혁신하고 당을 위기에서 구해야 한다"고 추대 이유를 들었다.

이에 대해 비주류 진영은 `대선 패배 책임론'을 들어 비토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수도권 출신 3선인 안민석 의원은 "박 의원으로 추대되거나 경선이 벌어지면 심각한 분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쇄신모임' 소속인 재선 의원도 "박 의원은 단일화 과정뿐만 아니라 선대위 핵심 인사들이 임명직 포기 선언을 안 한 것 등 선거 전략에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당권, 지역구 공천 등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생각에서 박 의원을 추대하려는 것"이라고 주류 측을 비판했다.

쇄신모임은 이 같은 의견을 박기춘 원내대표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쇄신모임은 9일 당무위-의총 연석회의에 앞서 모임을 갖고 최종 의견을 정리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초선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합의 추대에 대한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합의가 안 되면 경선도 민주주의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경선 가능성을 열어뒀다.

만약 경선으로 비대위원장을 선출할 경우 주류-비주류간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구심점 없이 주도권 싸움에만 치중하는 데 실망한 지지층의 균열과 이탈도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고(故) 김근태 상임고문 계열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재선 의원 그룹 등 당내 계파와 그룹들은 별도의 모임을 갖는 등 비대위원장 선출을 둘러싼 막판 신경전이 가파르게 펼쳐졌다.

일부 의원들은 주류-비주류 충돌 탓에 9일 당무위-의원총회 연석회의에서 비대위원장을 뽑지 못하는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박경준 기자 lkbin@yna.co.krkj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