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들의 승인을 얻었다 해도 교비를 학교법인 운영비 등으로 전용했다면 업무상 횡령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8일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정효제 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 전 총장(59)에 대해 벌금 8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이 대학 전 총무처장 박해극 목사(57)에 대해서도 400만원 벌금형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정 전 총장 등이 교비 회계에서 자신의 변호사 선임료나 교통비, 직원 벌금 대납 등의 용도로 돈을 지출한 것은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 보기 어렵다”며 “원심이 업무상 횡령, 사립학교법 위반 여부에 대해 유죄로 인정한 것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정 전 총장 등은 2007년 8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변호사 선임료, 이사회 회의비, 직원 벌금 대납 등 용도로 교비 1억500여만원을 사용한 혐의(업무상 횡령)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또 교비 회계에 속하는 수입을 모 재단 계좌로 이체하는 등 2009년 4월부터 2010년 7월까지 180여 차례에 걸쳐 13억5000여만원을 불법 회계 처리한 혐의(사립학교법 위반)도 받았다. 앞서 1·2심 재판부는 “학교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가 아닌 곳에 교비를 사용하면 그 행위 자체로 죄가 성립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정 전 총장 등은 “학교법인의 운영비가 부족해 불가피하게 교비를 사용했지만 당시 이사회 승인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