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예산 구조조정' 나선다
2월에 출범할 새 정부가 강력한 재정개혁을 준비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약속한 연간 27조원의 복지 재원을 증세 없이 마련하려면 결국 재정개혁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박 당선인은 이를 위해 매년 정부 예산을 편성할 때 기존 예산의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고 원점에서 타당성을 검토해 최소한의 필요한 예산만 짜는 ‘제로베이스 예산편성’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런 예산 구조조정으로 연간 14조원가량을 확보한다는 게 당선인 측 구상이다.

옥동석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은 8일 “정부개혁의 핵심은 바로 재정개혁”이라며 “정부의 씀씀이를 최대한 줄여 재정건전성을 도모하고 복지에 필요한 재원도 마련하자는 것이 새 정부가 가져갈 기본 방향”이라고 말했다.

옥 위원은 “1980년대 정부 개혁을 잘한 국가들을 보면 다 재정개혁에서부터 시작했다”며 “재정 적자가 누적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부 재정개혁을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역대 우리 정부는 정부개혁을 무조건 조직개편으로 잘못 이해했다”며 “노무현 정부는 재정개혁에 초점을 맞추긴 했으나 조직변화가 수반되지 않아 효과가 미흡했고 이명박 정부는 재정개혁보다 조직개편에 초점을 맞췄다”고 지적했다.

옥 위원은 따라서 “새 정부는 정부개혁의 최대 원칙을 재정개혁으로 잡고 노무현 정부 때 제대로 방향을 정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톱다운(top-down) 방식의 예산편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톱다운 방식이란 재정당국이 각 부처의 예산안을 심의해 예산을 정해주는 과거 방식과 달리 중장기 재정운용계획을 토대로 부처별 예산 한도를 미리 정해주는 제도다.

옥 위원은 또 “매년 정부의 거시전망에 따라 균형재정 목표치가 달라지는 중기재정운용계획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인수위 단계에서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 재정에 부담을 주는 공기업 부채 역시 자체 사업에 따른 빚 규모를 명확히 해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방식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증세는 최소화하면서 재정지출을 최대한 줄여 재원을 마련한다는 원칙에 따라 예산의 강력한 구조조정 방안이 인수위 단계에서 마련될 것”이라며 “그간 지켜지지 않은 제로베이스 예산 편성을 다음 정부에서는 부처별 예산 요구 단계부터 의무화하는 방안이 우선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수위는 지출 구조조정과 함께 세입 확대 수단으로 직접적인 세율 인상이나 과표구간 조정보다는 세원(稅源)을 확대하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류성걸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새누리당 의원)도 “인수위 업무보고 때부터 각 부처의 지출개선방안을 요구할 것”이라며 “부처가 공약이행 계획을 제출하는 것을 보고 과감한 세출 구조조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