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변회, 법관평가 문제사례 발표

서울지방변호사회가 9일 발표한 `2012년 법관평가'를 보면 실력과 인품을 겸비한 판사들이 많은 반면 상식에서 벗어난 언행을 일삼는 판사도 눈에 띈다.

조정·화해나 소송 취하를 강요하고 권위적인 태도로 일관하는가 하면 재판을 하기도 전에 사건에 대한 `예단'을 드러내는 일도 있었다.

소송 당사자들한테 반말이나 폭언을 해 법정 분위기를 얼어붙게 하는 사례도 보고됐다.

서울변회는 이달 초 소속 변호사들로부터 전국 법관을 대상으로 한 평가서 2천686건을 접수해 우수·문제 사례를 추렸다.

판사들의 실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음은 대표적인 문제 사례.

◇황당 제안·협박 = 이혼 사건을 담당한 A판사는 "이혼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원고 측에 황당한 제안을 했다.

그는 "부인 집에 다른 여자를 데리고 들어가면 된다"며 "부인 앞에서 나쁜 짓을 하면 이혼할 수 있다"고 말해 혀를 내두르게 했다.

B판사는 형사사건 항소심에서 변호인이 증인을 새로 신청하자 "뻔하게 거짓말을 할 것 아니냐. 증언을 들어볼 필요가 있겠느냐?"며 충분한 심리도 없이 예단을 드러냈다.

그는 "유죄로 나오면 형량을 올려야겠다"며 피고인을 협박하기도 했다.

◇막말·고함 = 수차례 조정을 권고하던 C판사는 원고 측이 이를 거부하자 강제조정을 시도했다.

결국 조정에 들어간 판사는 배상액을 정하면서 "2억원이면 죽을 때까지 쓰지 않느냐. 무슨 돈이 그렇게 필요하냐"며 원고에게 막말을 퍼부었다.

증인신문이 이어지던 한 형사법정. D판사는 신문 내용을 듣고 있던 피고인에게 벼락같이 소리를 질렀다.

"똑바로 앉아! 여기가 어디라고 몸을 꼬고 비스듬히 앉아있나."

판사가 반말로 고함을 지르는 장면을 목격한 변호사는 "피고인을 쥐잡듯이 나무랐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지각도 다반사 = 한 변호사는 E판사에게 믿기 어려운 전화를 받았다.

판사는 "판결문을 쓰기 어려워 (청구를) 기각할 테니 소송을 취하하라"고 권유했다.

민사 소액사건 심리를 맡은 F판사는 `지각쟁이'로 유명하다.

그는 오후 2시에 시작하기로 돼 있는 재판을 미리 알려주지도 않고 3시가 다 돼서야 시작했다.

네 차례 변론기일 가운데 세 차례나 1시간씩 늦었지만 당사자들은 불이익을 당할까봐 항의조차 못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