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직원을 뽑을 때 전형서류에 학력을 기재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른바 ‘학력 블라인드 전형’으로 치르는 방식이다. 지원 원서에 졸업학교를 기재하는 관행을 없애 학력에 따른 차별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인수위 관계자는 “공기업과 공공기관 지원자들이 지원 서류에 학력을 아예 쓰지 않으면, 서류전형이나 면접전형에서 발생하는 학력차별을 막을 수 있다”며 “실효성이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등을 논의해볼 예정”이라고 9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우선 시행하고, 민간기업의 경우 학력 블라인드 전형을 도입할 때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를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대학을 나온 학생이 취업 과정에서 부당한 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 데다, 예산이 소요되는 정책도 아니기 때문에 실제 정책으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새누리당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지방대학 출신에 대한 차별 철폐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박 당선인은 지난달 11일 한국지역언론인들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능력이 충분한데도 지방대생이라는 이유로 취업 원서조차 내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지역과 학력의 차별을 받지 않고 능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공기업 및 공공기관 입사시험에 학력을 기재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은 박 당선인의 대선 공약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깊이 있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인의 공약을 총괄했던 국민행복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일부 이견이 있어 최종 공약에 포함하지는 못했지만, 당시 공기업과 공공기관이라도 학력 블라인드 전형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고 전했다.

인수위는 이와 함께 고졸 구직자들의 취업 기회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고교 과정에서 직업 교육을 강화해 대학교 대신 취업을 선택하는 학생들의 수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다른 인수위 관계자는 “지금의 고등학교 교육은 대학교 입시에 기준이 맞춰져 있는데, 직업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 역시 대선 과정에서 “스펙(영어 점수나 학점 등 취업에 필요한 조건) 없이 취업할 수 있도록 직무능력 표준을 만들겠다”며 “직무능력 표준을 구축해 놓으면 학벌에 관계없이 그 능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 취직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각 직업에 필요한 능력을 표준화해 이를 입사전형 기준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