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가 다섯달 만에 재차 인상됐다. 전문가들은 예상치 못한 '깜짝 인상'으로 한국전력의 실적에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전망이라며 실적 추정치와 목표가를 잇따라 올려잡았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9일 평균 전기요금 인상률 4.0%의 내용을 담은 전기공급 약관 변경안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주택용과 산업용은 각각 2.0%, 4.4%, 일반용과 교육용이 각각 4.6%, 3.5%, 농사용은 3.0% 인상된다.

10일 증권업계에선 당초 7월께로 무게를 두고 있던 전기료 인상 시기가 한 발 앞당겨지면서 한국전력의 실적 개선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기적으로 재료 소멸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 출회 가능성이 있지만 중장기 관점에서는 조정기를 매수 기회로 고려할 만하다는 평가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요금이 오는 14일부터 평균 4.0% 인상되는데, 결국 전기료가 최근 1년 5개월간 네 번에 걸쳐 총 19.6% 오르게 됐다"며 "당초 7월에 인상될 것이란 전망보다 빨리 인상된 부분을 반영해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를 종전보다 9500억원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전기료가 4% 오르면 한국전력의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9000억원씩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이에 올해 원·달러 환율이나 유가가 크게 오르지 않는다면 6년 만에 한국전력의 순이익이 흑자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빠른 요금인상으로 한국전력의 전기판매수익 및 영업이익 증가 효과는 약 1조9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올해 한국전력의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은 각각 53조9316억원, 5조9657억원, 2조965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전기료 인상과 함께 기준 연료비 단가가 지난해 8~10월 평균도입 연료비로 리셋된 점도 긍정적"이라며 "연료비 연동제 도입으로 기준 연료비에 비해 실제 도입 연료비가 낮을 경우 전기료 인하 요인이 발생하지만 이번 기준 연료비 단가가 요금인상 전 393원에서 346원으로 낮아져 요금 인하 요인이 사라질 것"이라고 풀이했다.

KTB투자증권은 이번 요금인상분을 반영해 올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추정치를 종전 3조4764억원에서 4조1456억원으로 19.2% 올려잡았다. 이에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4518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될 전망이다.

실적 전망치 상향 조정과 함께 목표주가 상향 조정도 잇따랐다. 한국투자증권이 목표주가를 종전 3만3000원에서 3만8000원으로 상향 조정했고, 현대증권(3만3000원→3만9000원), LIG투자증권(2만8800원→3만6000원), 대신증권(4만1000원→4만3000원) 등도 목표주가를 올려잡았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한국전력 주가가 조정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요금인상 재료가 주가에 반영, 지난 9일까지 최근 한 달간 주가가 19.4% 상승한 상황에서 재료가 소멸됐기 때문이다.

윤희도 연구원은 "정부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한국전력의 요금인상 요청을 받아들인 이유 중 하나가 차기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란 점을 감안하면 올해 중 전기료 추가 요금인상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중장기 관점에서 실적 호전 등을 고려하면 최근 급등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학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국전력의 현재 주가는 역사적인 저점 수준인 주가순자산비율(PBR) 0.3배에 불과하다"면서 "연료비 안정화와 신규 원전 가동 효과로 올해부터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 시점은 매수 적기"라고 진단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