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침체로 서울 강남권 주요 단지에서도 대형(분양면적 132㎡·40평형 이상) 아파트의 시세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커지면서 중·소형보다 싸게 거래되는 가격 역전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가격 붕괴는 작년 상반기 용인·파주 등 수도권의 대형 아파트 값이 2007년 고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불거졌지만 강남권에서 가시화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2000년대 중반 높은 인기와 함께 급등했던 대형 아파트 값이 2008년 이후 금융위기와 함께 공급 과잉, 수요 급감 등의 상황에 몰리면서 급락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강남불패 신화의 붕괴에 따른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정부의 안정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남권도 ‘반토막 쓰나미’ 불안
지난해 4분기 수도권 신도시와 서울 강북에 이어 강남의 대형 아파트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불어닥친 부동산시장 활황과 재건축 붐을 타고 2007년 중반 22억원을 호가했던 서울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면적 120㎡형은 작년 4분기에 평균 12억6227만원에 팔렸다. 도곡동 삼성공인 관계자는 “120㎡형은 단지 입구에서 멀고 평면도 좋지 않은 편이어서 가격 하락폭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한때 24억원을 호가했던 압구정 현대2차 전용 161㎡형도 지난해 말 16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까지 26억원을 유지했던 타워팰리스2차 156㎡형도 최근 17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서울 도곡동 월드컵공인 관계자는 “위치가 안 좋은 물건이나 집주인의 상황이 급한 집들이 급매물로 나오지만 실제 거주하려는 수요자 외에는 집을 사려는 사람이 없어 거래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대형 아파트 거래도 급감
국내 주택시장의 바로미터인 서울 강남권에서도 가격이 고점 대비 반토막까지 떨어지고, 가격 역전 현상마저 나타난 것은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형 아파트는 2000년대 초·중반, 주택시장이 활황일 때는 공급 부족에 따른 희소가치로 웃돈도 많이 붙고, 청약경쟁률도 높았다. 이후 공급이 집중되고,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중소형에 비해 관리비와 수리비, 재산세 등 주택유지비가 높아서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떨어진 것도 한 원인이다. 큰 집을 보유했던 은퇴 베이비붐 세대들의 중소형 갈아타기 추세와 4인 이상 가구 감소도 대형 주택 수요가 떨어지는 데 한몫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형 주택 임대사업 규제 완화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현재 임대사업자 요건은 6억원 이하, 전용면적 149㎡ 이하 주택을 5년간 보유해야 한다”며 “대형 주택 거래 활성화에 도움이 되려면 임대사업자의 가격·면적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