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점쟁이 뺨치는 전력 예측, 오차율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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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전 11시. 서울 삼성동 전력거래소 별관 4층 수요예측실. 점심시간(전력거래소의 점심시간은 오전 11시부터)이 다 됐지만 수요예측실 식구들은 불안한 마음에 자리를 뜨지 못했다.
김우선 전력거래소 수요예측실장(사진)은 한쪽 벽면을 가득채운 그래프를 응시하고 있었다. 실시간 전력수요 그래프였다. '실적 수요'인 빨간 그래프가 '예측 수요'로 그려진 초록색 그래프보다 밑으로 떨어지자 김 실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모니터링을 담당하고 있는 전경희 차장은 그제야 화장실로 향했지만, 손에 들려진 스마트폰에도 실시간 전력수요 그래프가 펼쳐져 있었다.
전 차장은 "자는 시간 빼고는 그래프를 들여다보고 상황체크를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 열고 하늘부터 봅니다. 아이들이 우리말을 배울 때 '아빠' 보다 '날씨'라는 먼저 알았을 정도니까요"라고 말했다.
웃자고 한 얘긴데 웃을 수 없었다. 그만큼 수요예측실을 긴박하고 촘촘하게 돌아간다. 장익순 기상전문가는 입술이 터진지 한 달이 넘었다. 올해 기습 한파에 폭설까지 기상이변이 거듭되면서 잠을 제대로 못자다 보니 만성이 됐다.
김 실장은 “단기 수요예측 업무는 전력거래소에서도 기피하는 일” 이라며 “수급 비상 기간 동안은 직원들이 수요예측 프로그램이 탑재된 노트북을 24시간 끼고 살다시피 한다”고 말했다. 업무도 업무지만 심리적인 불안도 상당하다는 것. 한시라도 소홀했다가는 전국민이 전력문제를 겪는 상황이 된다. 담당자들은 지난해 휴가를 제대로 쓰기는 커녕 휴일에도 자청해서 근무했다.
전력수요실이 조직으로 꾸려진건 지난해 11월. 전력거래소는 그동안 전력수요팀을 두고 국가 전력의 수요와 공급을 장기적으로 예측하는 업무를 주로 했었다. 그러다보니 기상급변으로 인한 단기적인 대응이 어려웠다.
최악의 대응은 대규모 정전사태로 블랙아웃의 위기를 겪었던 2011년 9월15일이었다. 이후 겨울 전력 수요급증을 앞두고 팀을 실로 격상시켰다. 수요예측도 장기 뿐만 아니라 단기를 강화했다. 단기 수요예측은 월간, 주간, 일간 단위로 이뤄진다.
모니터링은 24시간 진행되고 있다. 데이터가 1시간 마다 업데이트되고 있는 현재의 프로그램을 앞으로 15분, 실시간으로 전환하는 게 목표다. 그러니 바쁠 수 밖에 없는 조직이다.
제대로 된 수요예측을 위한 프로그램의 조건은 요소들의 상관관계도 빼놓을 수 없다. 기상과 전력의 상관관계와 조도(빛의 밝기), 체감기온, 습도 등 전력수요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게 관건이란 설명이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다. 예측보다 전력을 적게 쓰면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닌가? 왜 오차율을 줄이려고 할까? 김 실장은 이에 대해 "수요예측은 덜해도 안되지만 과해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수요예측이 지나치면 그만큼 수요관리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기금지원 등 비용부담이 커진다는 것. 반대로 수요예측을 낮게 하면 예비력 부족으로 공급안정성을 위협받고 최악의 경우 대규모 정전 위험도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수요예측실은 오차율을 줄이는 게 최종 목표다. '정확한 수요예측은 돈이다'라는 구호가 한쪽 벽면을 차지한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다.
김 실장은 "앞으로 실시간 수요예측 시스템을 갖출 예정” 이라며 “현재 수요예측 오차율은 1.27%인데 이를 1%로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말이야 쉬운 1%다. 피크기간으로 치자면 오차전력량을 100만kW 이하로 유지하겠다는 얘기다. 실장의 목표설명이 계속되는 동안도 담당자들은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었다. 일을 잘해 달라는 당부 보다는 건강을 챙기라는 당부로 자리를 갈음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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