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소비세 혜택 끝나면 차값 다시 오르나요?"

지난해 말 서울 시내 자동차 대리점에는 개별소비세 할인 이벤트가 종료되면 차값이 오르는지 궁금해 하는 고객들의 문의가 쇄도했다. 연말 차를 장만하려는 소비자가 몰리면서 작년 4분기 국산차 판매량은 38만913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증가했다.

정부는 작년 9월 국내 시판 중인 국산·수입 자동차에 붙는 개소세를 깎아주는 '깜짝' 혜택을 내놨다. 내수 불황에 차가 안팔리자 경기부양책의 하나로 연말까지 한시 적용했다.

개소세 할인 시즌이 끝나면서 일부 자동차 업체들는 또 다시 가격 할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깎아주던 차값이 오르면 소비자들이 부담을 느껴 신차 구매를 미룰 수 있기 때문. 국산차의 가격인바 바람은 판매 확대를 노리는 수입차업계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산차 잇따라 가격 내려 … "한대라도 더 팔자"

올해도 내수 부진이 지속될 수 있다는 자동차 시장조사기관의 전망이 나오면서 업계 1위 메이커 현대차가 먼저 '가격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다.

현대차는 작년 말 2013년형 그랜저를 출시하면서 가격을 동결한데 이어 신년 초엔 쏘나타, 제네시스, 제네시스 쿠페, 싼타페, 베라크루즈 등 5개 차종(10개 트림)의 가격을 낮추면서 수입차 공세에 대응키로 했다. 지난해 안방 시장 10%를 내주면서 국산차 업계가 마지노선으로 잡았던 벽이 무너진 충격이 컸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2일 양재동 사옥에서 주재한 신년 시무식에서 "모든 접점에서 고객에게 만족과 감동을 제공하라"고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올해도 경기 불황이 예고되면서 차 판매가 쉽지 않겠다는 판단에서다.

기아차도 일부 차종의 상품성을 개선하고 가격은 합리화해 수입차와의 경쟁에 나섰다. 지난해 부진했던 대형세단 K9은 최대 291만 원을 깎아주면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K5, 쏘렌토R도 가격을 낮추는 등 한 대라도 더 팔자는 분위기다.

한국GM은 11일부터 쉐보레 스파크, 크루즈, 말리부, 캡티바, 알페온 등 5개 차종(11개 트림)에 대해 최대 50만 원까지 인하된 가격으로 판매한다.

수입차 업체들은 매월 할인 프로모션 등을 통해 딜러별 가격 인하 혜택이 지속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수입차를 제값 주고 사면 손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입차 시장의 차값 인하는 관행처럼 돼버렸다.

한국시장에서 재기를 노리는 일본차 업체 혼다와 닛산은 최근 주력 차종인 어코드와 알티마 신형을 출시하면서 가격을 일제히 낮췄다. 도요타가 뉴 캠리의 가격을 낮춰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앞서 작년 하반기 나온 폭스바겐 신형 파사트, BMW 1시리즈 등은 옵션이 낮은 트림을 선보이면서 가격을 내렸다. 아우디도 10일 A5 쿠페(디젤) 가격을 5000만 원대로 낮추고 디젤차 판매 확대에 나섰다.

◆ '차값 할인' 올해도 '쭉~'

올해도 가격 할인 혜택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GM은 개소세 인하 중단으로 인한 차값 상승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전과 같은 혜택을 유지하기로 했다.

안쿠시 오로라 한국GM 부사장은 "이번 가격 인하는 개소세 인하 중단과 국내 자동차 시장 경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소비자의 구매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다음달 출시하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랙스의 경우 최대한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내놔 신차 붐을 조성할 계획이다. 올해 점유율 10%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쉐보레의 주력 차종이어서 가격 책정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르노삼성차는 이달 저리 금리(최대 60개월) 등을 통해 가격 할인 혜택을 새해에도 이어가고 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1월에 저리 금리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이라며 "고객에게 돌아가는 실질적인 혜택은 지난해 개소세 혜택 수준과 거의 동일하다"고 말했다.

쌍용차도 개소세 혜택이 종료됨에 따라 체어맨W 및 체어맨H 구매 고객에게 각각 200만 원과 100만 원을, 코란도C는 30만 원을 깎아주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가격 인하 적용 대상이 중대형차 등 일부 차종에 그치거나 인하 폭이 크지 않아 소비자가 체감하는 혜택은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많이 사용하는 중·소형차나 영업용 차량에 대한 가격 인하는 거의 없다" 면서 "서민 경제가 어려운 현실에서 다양한 차종으로 차값 할인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