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 도시재생 예산, 5억으로 '싹둑'
올해 뉴타운 사업을 지원하는 기반시설설치비와 낙후된 도심을 개발하는 도시재생사업 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작년 대선과정에서 새로운 도시재생체계 구축을 강조했지만, 새정부 첫해 도시재생 실행예산이 축소되는 바람에 공약실현이 늦어질 것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11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연초 국회에서 뉴타운 기반시설설치비 국고지원금은 1100억원으로 확정됐다. 당초 국토부가 요구한 금액(2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기반시설지원금은 재건축·재개발 단지 인근의 도로·공원·공영주차장·주민센터 등의 조성에 사용하는 예산이다. 지원금은 노후 건물을 전면 철거하는 방식의 뉴타운사업 대안으로 꼽히는 주거환경관리사업에 필요한 재원이다.

주거환경관리사업은 개발구역 내 건물의 보존·철거를 병행하는 일종의 ‘부분 재개발’이다. 여러 곳을 묶어 전면 철거하고 개발하는 뉴타운 사업과는 방식이 다르다. 부분 재개발 구역에 설치되는 각종 공영시설(생활기반시설)은 설치비의 70%를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고, 30%는 국고에서 지원한다.

국토부는 올해 지방 중소도시를 포함한 전국에 시범사업지 10곳을 지정하는 ‘주거환경관리사업’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재개발 추진과정에 사용된 매몰비용 지원에 대해서는 민간 사업이기 때문에 국가재정 투입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뉴타운 출구전략이 잘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제도 정비와 함께 기반시설 마련 등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매몰비용은 형평성 문제 등의 이유로 국고 지원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토부 국토정책국에서 올해 2000억원으로 계획했던 ‘도시재생사업부문 예산’은 국회심의 과정에서 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도시재생사업은 재건축·재개발 등 단편적·국지적 정비사업과 달리 도시노후지역 전체에 대해 ‘체계적 계획’을 세워 순차적으로 살려나가는 방식이다. 즉 단순히 주거시설 개량에 그치지 않고 해당 지역에 커뮤니티센터를 짓고, 신규산업을 육성하는 등 옛도시 전체에 미래지향적 신개념을 넣어 개발되도록 하는 것이다. 도시 난개발을 막고, 지역 간 연계도 잘 이뤄지게 된다.

하지만 이번 예산 축소로 당초 수도권과 지방에 10개 시범단지를 조성하려는 계획도 늦춰지게 됐다. 부산 광주 대전 등 지방 광역시와 함께 전주 춘천 등 지방 중소도시는 작년부터 도시재생 부서를 신설했다. 하지만 예산 지원이 늦어져 선진국형 도시재생시스템을 갖추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의 관련법 처리도 지연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서병석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도시재생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9개월째 낮잠을 자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길병우 국토부 도시재생과장이 인수위 실무위원으로 파견돼 도시재생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박 당선인의 공약인 도시재생사업 정책이 예산 부족으로 올해는 추진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아울러 기존 재정비사업인 뉴타운과 지방 구도심 재개발도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