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토론] 천연물 신약은 한약과 달라…이익단체 압력으로 法 바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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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 유용상 의사협회 한방특위 위원장
최근 천연물 신약 문제로 의료계가 시끄럽다. 천연물 신약은 동·식물 등 천연 물질에서 특정 성분을 추출해 연구·개발한 뒤 양약 형태의 신약으로 만든 것이다. 현재 천연물 신약은 전문의약품으로 허가돼 의사들만 처방할 수 있다.
한의사들은 한방적 처방으로 조제했다는 근거를 들어 의사들의 천연물 신약 처방권을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얼핏 보면 한의사들의 주장에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한방적 조제로 만들어졌으니 한의사들도 처방할 권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은 천연물 신약이 국내에 나온 지 10여년이 지난 지금 그동안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던 한방에서 왜 갑자기 이런 반응을 보이는가 하는 점이다. 한의계가 갑자기 천연물 신약에 대한 독점권을 주장하고 심지어 집단행동까지 하고 있는 배경에 의문을 갖게 된다.
논란의 핵심은 한방에서 주장하는 현대 의약과 한약의 문제가 아니라 법을 이익단체의 압력으로 바꿔 특정 이익단체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떤 약이 약으로서 인정받으려면 유효한 성분을 확정하고, 그 분자식을 써보며, 유효 성분의 질병에 대한 작용 구조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 이후에 유효 성분의 정제 혹은 합성법을 연구하고, 인체에 사용할 때 얼마나 안전한지에 대한 분석을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무작위적인 ‘이중맹검법(double blind test·二重盲檢法)’에 따라 실험과 검증을 통과한 후 허가 신청을 하게 된다.
과학적 연구로 만든 새 의약품…한의사 처방권은 위험한 발상
이중맹검법은 환자와 의사 양쪽에 치료용 약과 플라시보(placebo·새로 개발한 약을 시험하거나 환자에게 심리적 효과를 주기 위한 약)의 구별을 알리지 않고, 제3자인 판정자만이 그 구별을 알고 있는 약효의 검정법이다. 여기서 정확한 법적 근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법 제2조에 의하면 천연물 신약은 ‘천연물 성분을 이용해 연구·개발한 의약품으로서 조성 성분·효능 등이 새로운 의약품’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약사법 제23조(의약품 조제) 3항에도 ‘의사 또는 치과의사만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으로 처방할 수 있고, 약사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조제해야 한다’고 명확하게 조제 방법과 사용법이 규정돼 있다.
다시 말해 천연물 신약이 과학적 연구 방법을 거쳐 만든 새로운 의약품으로서, 인체에 대한 효능이 약리학적으로 인정받은 약물이라면 법에 근거해 의사만이 처방할 수 있는 것이다.
한약은 음양오행을 바탕으로 한 기미론, 예컨대 다섯 가지 맛과 네 가지 기운(四氣·차고 더우며 따뜻하고 서늘한 성질)에 따라 약제를 분류하고 전통 동양의학의 관념적 한약 처방법에 따라 여러 약초를 함께 달여 먹는 것이다.
따라서 유효 성분을 개발하는 천연물 신약과 한약은 근간이 되는 약리학적 이론이 다르다. 의약품 허가를 맡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보편적 원칙에 따르더라도 한약과 현대 약품의 제조·사용의 약리학적 근거가 명확히 다른 이상 한의사는 현대 약품을 쓸 수 없다. 누가 잘나고 못나고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역할이 다르다는 얘기다. 한의사들이 양약에 대한 처방권이 없듯이 의사들도 한약을 처방하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한의사들이 한약이 아닌 천연물 신약을 쓰겠다는 것은 결국 법을 어기겠다는 얘기인 셈이다.
그동안 동아제약의 위염 치료제 ‘스티렌’, 녹십자의 관절염 치료제 ‘신바로’ 등 총 7종의 천연물 신약이 국내에서 개발됐고 보건복지부와 식약청은 이들 약품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을 허가했다.
아직 한약에 건강보험 적용을 허가하지 않고 있는 국내 상황을 감안할 때 이는 천연물 신약을 한약으로 규정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한약이라고 규정했다면 건강보험 적용을 허가하는 것이 훨씬 더 복잡한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과학과 현대 의학의 발전으로 인류는 천연물에서 유효 성분을 추출하거나 새로운 약물의 성분을 합성해내고 약초 치료의 시대를 벗어났다. 따라서 안전성, 유효성, 정도 관리라는 약품의 필수 과학적 절차를 획득한 약품이라면 의사들이 처방·투약하는 것이 현대 의료계의 정론이다.
최근 일부 한의사가 인터넷 등에서 천연물 신약에 대한 처방권을 획득하게 되면 의약과 한약의 복합제제를 한방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런 주장은 자칫 국내 의료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기에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10여년간 아무 문제없던 사항…이제서야 집단행동 왜 나서나
일각에서는 의도적 행동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전통 한약을 근간으로 하는 한방적 처방에 고혈압약, 당뇨약 등의 현대 약품을 섞어 쓰는 것은 효과를 검증하지 않은 편법이 될 수 있다. 효과가 증명되지 않은 한약제의 단순한 형태 변화를 통해 한방 시장의 위축을 돌파하려는 의도로 의심되는 이유다.
최근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는 간질약을 넣은 350여명의 한의사들이 연루된 한약 파동, 간독성 유발 한약, 중금속 및 발암물질 검출 한약, 스테로이드 등이 검출된 한약 등으로 국민의 불안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현대 의약과는 달리 전통적 고서에 기재된 한약 처방의 효능, 독성 검사가 법적으로 면제돼 있는 것도 중국에서처럼 한약 부작용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한의계에서 천연물 신약을 처방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원화한 국내 의료 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발상이다. 또 의료 직능단체 간에 더 큰 갈등을 심화시키는 것은 물론 제약산업의 피해, 더 나아가 국민 건강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 천연물 신약
동·식물 등 천연물질에서 특정 성분을 추출해 캡슐 알약 등의 양약 형태로 만든 약이다. 내용은 한약, 형태는 양약인 셈이다. 국내에는 7개의 천연물 신약이 나와 있다. 관절염 치료제인 조인스정(SK케미칼) 아피톡신주사(구주제약) 등과 위염 치료제인 스티렌(동아제약) 등이 대표적이다.
한의사들은 한방적 처방으로 조제했다는 근거를 들어 의사들의 천연물 신약 처방권을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얼핏 보면 한의사들의 주장에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한방적 조제로 만들어졌으니 한의사들도 처방할 권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은 천연물 신약이 국내에 나온 지 10여년이 지난 지금 그동안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던 한방에서 왜 갑자기 이런 반응을 보이는가 하는 점이다. 한의계가 갑자기 천연물 신약에 대한 독점권을 주장하고 심지어 집단행동까지 하고 있는 배경에 의문을 갖게 된다.
논란의 핵심은 한방에서 주장하는 현대 의약과 한약의 문제가 아니라 법을 이익단체의 압력으로 바꿔 특정 이익단체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떤 약이 약으로서 인정받으려면 유효한 성분을 확정하고, 그 분자식을 써보며, 유효 성분의 질병에 대한 작용 구조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 이후에 유효 성분의 정제 혹은 합성법을 연구하고, 인체에 사용할 때 얼마나 안전한지에 대한 분석을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무작위적인 ‘이중맹검법(double blind test·二重盲檢法)’에 따라 실험과 검증을 통과한 후 허가 신청을 하게 된다.
과학적 연구로 만든 새 의약품…한의사 처방권은 위험한 발상
이중맹검법은 환자와 의사 양쪽에 치료용 약과 플라시보(placebo·새로 개발한 약을 시험하거나 환자에게 심리적 효과를 주기 위한 약)의 구별을 알리지 않고, 제3자인 판정자만이 그 구별을 알고 있는 약효의 검정법이다. 여기서 정확한 법적 근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법 제2조에 의하면 천연물 신약은 ‘천연물 성분을 이용해 연구·개발한 의약품으로서 조성 성분·효능 등이 새로운 의약품’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약사법 제23조(의약품 조제) 3항에도 ‘의사 또는 치과의사만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으로 처방할 수 있고, 약사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조제해야 한다’고 명확하게 조제 방법과 사용법이 규정돼 있다.
다시 말해 천연물 신약이 과학적 연구 방법을 거쳐 만든 새로운 의약품으로서, 인체에 대한 효능이 약리학적으로 인정받은 약물이라면 법에 근거해 의사만이 처방할 수 있는 것이다.
한약은 음양오행을 바탕으로 한 기미론, 예컨대 다섯 가지 맛과 네 가지 기운(四氣·차고 더우며 따뜻하고 서늘한 성질)에 따라 약제를 분류하고 전통 동양의학의 관념적 한약 처방법에 따라 여러 약초를 함께 달여 먹는 것이다.
따라서 유효 성분을 개발하는 천연물 신약과 한약은 근간이 되는 약리학적 이론이 다르다. 의약품 허가를 맡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보편적 원칙에 따르더라도 한약과 현대 약품의 제조·사용의 약리학적 근거가 명확히 다른 이상 한의사는 현대 약품을 쓸 수 없다. 누가 잘나고 못나고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역할이 다르다는 얘기다. 한의사들이 양약에 대한 처방권이 없듯이 의사들도 한약을 처방하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한의사들이 한약이 아닌 천연물 신약을 쓰겠다는 것은 결국 법을 어기겠다는 얘기인 셈이다.
그동안 동아제약의 위염 치료제 ‘스티렌’, 녹십자의 관절염 치료제 ‘신바로’ 등 총 7종의 천연물 신약이 국내에서 개발됐고 보건복지부와 식약청은 이들 약품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을 허가했다.
아직 한약에 건강보험 적용을 허가하지 않고 있는 국내 상황을 감안할 때 이는 천연물 신약을 한약으로 규정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한약이라고 규정했다면 건강보험 적용을 허가하는 것이 훨씬 더 복잡한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과학과 현대 의학의 발전으로 인류는 천연물에서 유효 성분을 추출하거나 새로운 약물의 성분을 합성해내고 약초 치료의 시대를 벗어났다. 따라서 안전성, 유효성, 정도 관리라는 약품의 필수 과학적 절차를 획득한 약품이라면 의사들이 처방·투약하는 것이 현대 의료계의 정론이다.
최근 일부 한의사가 인터넷 등에서 천연물 신약에 대한 처방권을 획득하게 되면 의약과 한약의 복합제제를 한방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런 주장은 자칫 국내 의료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기에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10여년간 아무 문제없던 사항…이제서야 집단행동 왜 나서나
일각에서는 의도적 행동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전통 한약을 근간으로 하는 한방적 처방에 고혈압약, 당뇨약 등의 현대 약품을 섞어 쓰는 것은 효과를 검증하지 않은 편법이 될 수 있다. 효과가 증명되지 않은 한약제의 단순한 형태 변화를 통해 한방 시장의 위축을 돌파하려는 의도로 의심되는 이유다.
최근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는 간질약을 넣은 350여명의 한의사들이 연루된 한약 파동, 간독성 유발 한약, 중금속 및 발암물질 검출 한약, 스테로이드 등이 검출된 한약 등으로 국민의 불안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현대 의약과는 달리 전통적 고서에 기재된 한약 처방의 효능, 독성 검사가 법적으로 면제돼 있는 것도 중국에서처럼 한약 부작용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한의계에서 천연물 신약을 처방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원화한 국내 의료 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발상이다. 또 의료 직능단체 간에 더 큰 갈등을 심화시키는 것은 물론 제약산업의 피해, 더 나아가 국민 건강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 천연물 신약
동·식물 등 천연물질에서 특정 성분을 추출해 캡슐 알약 등의 양약 형태로 만든 약이다. 내용은 한약, 형태는 양약인 셈이다. 국내에는 7개의 천연물 신약이 나와 있다. 관절염 치료제인 조인스정(SK케미칼) 아피톡신주사(구주제약) 등과 위염 치료제인 스티렌(동아제약) 등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