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노동조합(교섭대표 노동조합 위원장 김상욱)이 14일 금속노조 한진지회에 고 최강서 사망사건과 관련한 노사갈등을 협의해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교섭대표 노조는 고 최강서 사망사건과 관련해 외부단체와 정치권 등의 개입으로 장례가 무기한 연기되고 정치투쟁으로 변질되면서 현장 조합원들의 고용불안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노노 협의를 통해 노사갈등을 해결하자고 제시해 귀추가 주목된다.

교섭대표 노조는 이날 배포한 성명서에서 “회사의 영업수주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이미지 개선 활동에 노동조합의 역량을 집중해 희망적인 수주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장례를 연기하면서까지 벌이고 있는 정치투쟁으로 또다시 수주가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크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또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사측의 158억 손배청구 문제를 올해 임금인상 교섭과 병행해 ‘노사협의’를 통해 조속히 매듭짓겠다고 밝혔다.

교섭대표 노조는 금속노조 한진지회와 공동으로 노사협의 대표단을 구성하고 금속노조 한진지회가 동의한다면 장례 전에 양 노조와 사측이 이와 같은 해결 원칙에 우선 합의하는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 “노동법상 ‘교섭대표 노동조합’의 지위에 있음에도 현안 문제를 사전에 풀지 못해 불행한 사건으로 번진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유족과 금속노조 한진지회가 동의한다면 별도의 분향소 설치?운영과 장례위원회 공동 구성, 추모사업 추진에 관한 공동협의 등을 진행해 나가겠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번에 사망한 최 씨가 복수노조로 경쟁관계에 있는 금속노조 한진지회 소속의 조합원 신분이어서 한동안 입장표명을 유보해왔던 교섭대표 노조가 사건발생 24일 만에 사태해결에 적극 나서면서 유가족과의 협의 진전 등 장례추진 논의가 이뤄질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상욱 한진중 교섭대표 노조위원장은 “노사갈등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외부단체와 정치권을 끌어들여서라도 힘으로 굴복시키겠다는 ‘투쟁만능주의’를 벗어던지고 대화합의 노사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그 길이 고인의 죽음을 욕 되이지 않게 하고 고인이 남긴 뜻을 이루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한진중공업 노동조합은 지난해 1월11일 후발 복수노조로 설립돼 지난 9월 노동법이 정한 창구단일화를 통해 ‘교섭대표 노동조합’의 지위를 확보했다. 10월에는 사측과의 단체교섭에서 4년여 만에 처음으로 임금협약과 단체협약을 체결했으며 전체 조합원 751명 가운데 547명(73%)의 조합원이 소속돼 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