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독감(인플루엔자) 주의보’가 발령될 조짐이다. 미국이 전체 50개 주 가운데 41개 주에서 독감 감염 환자가 속출하자 비상사태를 선포한 게 단적인 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독감은 한 시기에 여러 국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행태를 보였다. 어느 나라도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한국도 독감 주의보 발령 직전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병원 방문 환자 1000명 당 독감 의심 환자 수가 3주 전 2.8명에서 3.7명으로 늘어 ‘유행수준’(4명)에 근접했다고 발표했다. 유행수준에 도달하면 독감 주의보가 내려진다. 이에 질병관리본부는 65세 이상 노인, 50~64세 장년층, 만성질환자, 생후 6~59개월 영·유아, 임신부 등 ‘백신 우선접종 대상자’들은 당장 백신을 맞을 것을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독감이 유행하기 전에 백신을 미리 맞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전염성 질병은 치료보다 예방이 특히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환자 1명의 백신 접종 비용은 2만~3만원 정도지만 독감에 걸려 입원 치료를 받으면 비용이 수십 배에 달할 수 있는 탓이다. 건강보험통계를 통해 추정해보면 2007년 독감 치료 환자는 21만명이다. 비급여를 제외한 독감 환자 진료비는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질병에 걸린 경우 일을 쉬는 경우 등의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는 훨씬 클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는 SK케미칼과 녹십자 등이 매해 독감백신 20여종(2011년 기준)을 공급하고 있다.

독감에 걸리면 38도가 넘는 고열이 갑작스럽게 생기거나 두통, 전신쇠약감, 마른기침, 인두통, 코막힘 및 근육통 등의 증상이 뒤따른다. 어린이의 경우 성인과 달리 구토나 설사 등 위장 관련 증상을 동반할 수도 있다. 독감 치료를 위해선 안정을 취하고 수분을 많이 섭취하는 게 효과적이다. 필요에 따라 해열 진통제 등을 사용하는 대증요법이 권장되기도 한다. 드물기는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 독감 예방 접종 후 이상 반응이 나타나기도 한다. 통증, 소양감, 발열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계란 단백질에 의한 알러지 반응이나 양쪽 하지에서 마비가 진행되는 ‘길랑-바레’ 증후군도 드물지만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소견이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