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코레일, 원서접수 방불케 한 '귀성 예매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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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뚫고 이른 아침부터 현장예매… 인터넷 예매 마다한 이유는
"설 연휴 승차권 구입이 오늘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동부 1~12번 창구에서 진행됩니다. 오늘 KTX 승차권을 구입할 고객께서는 2층 서부 14~16번 창구로 가주시기 바랍니다."
15일 오전 7시 서울역 로비 1층. 연신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경부선 열차 티켓을 사는 12개 창구엔 모두 100m 가까운 긴 줄이 늘어섰다. 기다리고 선 사람들은 모두 손에 KTX 시간표와 '승차권 구입 신청서'를 들었다.
이날 시작된 올해 설 연휴 기차 예매는 이틀간 진행된다. 그러나 실제로 표를 살 수 있는 기회는 하루밖에 없다. 15일은 경부선, 16일은 호남선으로 나눴기 때문이다. 현장 예매는 오전 7~9시, 인터넷 예매는 오전 11~12시로 예매 가능한 시간도 총 3시간으로 제한됐다.
때문에 예비 귀성객들은 이른 아침부터 서울역을 찾았다. 한 순간에 1000여 명 이상이 몰렸다. 부산 출신 이미영 씨(24·여)는 "예매를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나 왔는데 줄 선 사람이 너무 많아 표를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예매는 입시 원서 접수를 방불케 했다. 코레일은 역사에 가판대를 벌이고 설 연휴 경부선·경전선 KTX 시간표와 승차권 구입 신청서를 나눠줬다. 신청서엔 1·2·3순위 희망 열차를 적게 했다. 우선 순위에 적은 기차가 매진됐을 경우 다음 순위 희망 기차 예매가 가능한 방식이다. 3순위까지 모두 매진됐을 경우 헛걸음해야 했다.
역 로비 곳곳엔 안내띠를 두른 코레일 직원 수십 명이 배치돼 줄 정리와 문의 상담에 나섰다. 예매 개시 시각(오전 7시)이 10분쯤 지나자 줄은 금세 100여m로 늘어났다. 코레일 직원 장영희 씨(여)는 "사람이 너무 몰려 지금 맨 뒤에 줄을 서면 의미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 예매가 진행되는 시간 동안 출발하는 이날 열차 티켓 발매는 아예 서울역 2층 창구로 옮겼다.
인터넷 예매가 보편화된 요즘엔 보기 드문 풍경. 설 연휴 기차 승차권 역시 인터넷 예매가 진행된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한파를 뚫고 발길을 재촉한 이유는 일찌감치 표가 매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현장 예매분을 먼저 소진하고 남는 분량을 인터넷 예매로 넘긴다" 며 "인터넷 예매로 풀리는 표가 거의 없고, 심할 경우 매진될 수도 있어 사람들이 새벽부터 몰려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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