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월15일 오후 3시32분

증권사가 고객기업과 금리 문제로 대립하다가 회사채 발행을 며칠 앞두고 주관업무 중단을 선언하는 이례적 상황이 벌어졌다. 증권사들이 기관투자가 수요를 외면한 채 고객기업에만 유리한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해온 관행을 지속하기 어려워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합자산관리는 오는 18일로 예정된 22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 계획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15일 발표했다. 철회 배경에 대해선 “일부 주관사 입장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번 발행 무산은 공동대표주관사 3곳 중 하나인 대우증권과 연합자산관리가 발행금리 관련 합의점을 찾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대우증권은 지난 9일 실시한 수요예측 결과를 반영해 발행금리가 ‘국고채 2년물+0.40%포인트’ 이상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연합자산관리는 증권사들이 미매각 물량을 모두 인수하더라도 당초 희망했던 0.27~0.37%포인트 가산금리 수준에서 발행할 것을 요구했다. 한 관계자는 “대우증권이 다른 공동대표주관사인 한화투자증권이나 현대증권과 달리 발행사 요구 금리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강경하게 나와 결국 발행이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수요예측 당시 기관투자가들은 0.40~0.45%포인트의 가산금리에 800억원 규모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은 그동안 회사채 발행업무를 따내기 위해 시장 수요보다 다소 낮은 금리(비싼 가격)로 채권을 발행하고, 미매각 물량을 모두 인수하는 영업 행태를 반복해왔다. 하지만 발행사에만 유리한 금리결정에 불만이 쌓인 기관투자가들이 수요예측 참여를 꺼리고, 이로 인해 미매각 회사채 인수 물량이 쌓이는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증권사들이 노골적으로 발행사 편에 서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