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조사 회사를 경영하다 보니 가끔 시청률에 대해 사람들이 갖고 있는 보편적 오해와 마주칠 때가 있다. 그 보편적 오해란 TV 프로그램에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내용이 들어가면 시청률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내용이 많이 들어가야 하고, 방송사나 PD가 시청률을 의식하게 되면 저질 프로그램을 만들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경우다.

하지만, 사실은 시청률을 조사해 보면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내용이 많이 들어가면 오히려 시청률이 올라가지 않는다. ‘대장금’이나 ‘보고 또 보고’ ‘넝쿨째 굴러온 당신’ 등 그동안 역대 시청률이 매우 높았던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모두 그 내용에 선정성이나 폭력성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정성이나 폭력적인 내용이 많으면 시청률이 올라간다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TV 시청과 인간’에 대한 이해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개인별로는 때에 따라 선정적인 내용이나 폭력적인 내용을 접하고 싶은 욕구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성인물이 있는 것이고 폭력을 주제로 한 내용의 영화나 드라마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정상적인 일반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와 함께 성인물을 보거나 폭력적인 내용을 선택해서 함께 보는 경우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실제로 시청률을 조사하다 보면 선정적인 내용을 방송한다고 생각되는 경우, 또는 폭력적인 장면이 과도하다고 느껴지는 경우 시청자들이 오히려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가정이란 공간, 가족과 함께 시청하는 상황이 선정적인 장면과 폭력적인 장면을 외면하게 만드는 것이다. 가정에서의 TV 시청 정도를 측정하는 시청률 조사 환경에서는 선정적인 장면, 폭력적인 장면으로 시청률을 올리기 어렵다는 의미다. 오히려 시청률을 어느 정도 이상 올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남녀노소가 함께 시청할 수 있는 주제에 비선정성과 비폭력성을 갖춘 내용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필수적인 요건이다. 이는 사람들이 악한 것 같으면서도 선한 부분이 많고 나쁜 사람이 많은 것 같아도 선한 사람이 더 많이 있는 사회 현상을 TV 앞에서 시청자들이 대변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민경숙 < TNmS 대표 min.gs@tnms.t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