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 정책 기능을 내주면서 외교통상부 산하 통상교섭본부 조직을 흡수하게 된 지식경제부는 5년 만에 다시 산업통상자원부로 간판을 바꿔달게 됐다. 1993년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조직 및 기능을 붙였다 떼냈다 하며 정부 조직개편의 중심에 서 있던 지경부는 또 한번 기능 재편과 함께 명칭을 변경하는 운명을 맞았다.

◆1조원짜리 IT기금도 내줘

현 지경부는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 들어 옛 과학기술부의 산업기술 연구·개발(R&D) 부문과 옛 정보통신부의 정보기술(IT) 산업정책 부문을 통합해 탄생했다. 지경부는 이번 조직개편에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이 비슷해 외견상 ‘손해’는 보지 않았다. 하지만 부분적으로 업무영역이 겹칠 수도 있는 미래창조과학부 신설과 ICT 전담 차관제 도입에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미래 먹거리 영역인 R&D 정책 기능도 미래창조과학부에 이관된다. 지경부 관계자는 “ICT와 R&D 분야를 내줘 전체 정책 발굴 기능 약화가 불가피하다”며 “지난 5년간 IT 산업 및 수출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산업기술 R&D 분야에서 뚜렷한 질적 향상도 이뤄졌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 솔직히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여기에 ICT 기능이 쪼개지면서 정통부 해체와 함께 지경부로 넘어왔던 연간 1조원 규모의 정보통신진흥기금 운영권도 잃을 것으로 보인다.

또 2008년 정통부 해체로 지경부로 넘어왔던 80여명의 정통부 출신 공무원 중 상당수가 또다시 미래창조과학부로 짐을 쌀 처지에 놓였다. 정통부 출신의 한 공무원은 “5년 전 조직개편 때 광화문에서 과천으로 첫 출근하면서 많은 정통부 직원들이 울었던 기억이 있다”며 “이제 또다시 같은 일이 반복된다고 하니 착잡하다”고 말끝을 흐렸다.

해양수산부가 부활한 것도 지경부에 부담 요인이다. 지경부는 지난해 고부가가치 해양플랜트 육성 방안까지 발표한 상황에서 해양플랜트 분야를 해수부에 빼앗길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통상·산업 시너지에 기대

이뿐만 아니라 산하 외청인 중소기업청이 중견기업 정책을 총괄하면서 지경부는 작년 5월 산업경제실 밑에 신설했던 중견기업정책국을 1년여 만에 폐지하게 됐다. 지역특화발전기획 기능을 맡던 지역특화발전특구기획단도 중소기업청에 넘어간다.

하지만 자유무역협정(FTA) 총괄 등 대외 통상 업무를 관장하는 통상교섭본부를 통합한 데 대해선 반기고 있다.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통상 기능을 외교부에 빼앗겼던 지경부는 15년 만에 통상 기능을 되찾게 됐다. 지경부 관계자는 “통상 기능과 산업 정책은 떼놓을 수 없는 분야”라며 “대외 협상에 노하우를 가진 통상교섭본부의 전문성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무리없이 조직을 흡수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