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외국인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2년 만에 순매수로 전환하며 막대한 배당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자 외국인의 대규모 배당금 수령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론스타-외환은행 사태'를 떠올리며 외국인의 대규모 배당금 수령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 대부분은 외국인의 높은 지분율에 따른 막대한 배당을 국부유출로 비판하기 어렵고 국내 기업의 배당수익률 자체도 다른 선진국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작년 外人 2년만에 순매수 전환…배당총액 40% 수령
16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작년에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은 150억4천만달러의 매수 우위를 보여 2년만에 순매수로 전환했다.

앞서 2011년 외국인은 69억6천300만달러 어치를 순매도했다.

이처럼 국내 주식시장으로 유입한 대외자금이 늘어난 만큼 외국인이 받게 될 2012년분 배당총액도 막대한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가운데 시총상위 100개 기업의 2012년 사업실적에 따른 배당총액은 14조5천39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전체 배당금액의 40%에 가까운 규모인 5조7천537억원이 외국인에게 배당될 것으로 보인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예년 수준의 현금배당 성향을 유지한다는 가정 아래 삼성전자는 주당 1만6천원 안팎의 현금배당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돼 이 종목을 보유한 외국인이 수령할 배당총액은 1조3천7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현대차의 현금배당 추정치는 주당 약 3천360원이다.

작년 배당락일 전날 현대차에 대한 외국인 보유비율이 45.93%임을 감안할 때 현대차에 투자한 외국인이 받을 배당총액은 4천400억원 가량이 된다.

예상치 분석은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와 한국거래소 자료를 토대로, 2012년 예상 주당순이익(EPS)에 최근 5년(2007∼2011년) 중 순이익 기준으로 흑자를 기록한 해의 평균 배당성향을 적용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 外人 대규모 배당금 수령 '갑론을박'
국내 증시에서는 배당철이 돌아올 때마다 외국인의 막대한 배당금 수령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일각에서는 '론스타-외환은행 사태'를 떠올리며 외국인의 대규모 배당금 수령을 국부유출이라고 비판한다.

이들은 외국인이 한국 증시로 들어와 배당금만 챙긴 뒤 주식을 팔아치우는 방식으로 국내 주식시장을 교란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주로 대형주를 보유하고 있어 대규모 배당금을 챙기지만 이를 국부유출로 보기에는 국내 기업의 배당성향이 낮다고 지적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오덕교 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ESG) 평가팀장은 "한국은 주가 등락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탓에 그동안 배당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고 실제 국내 기업들의 배당도 다른 나라보다 인색했다"고 진단했다.

더욱이 배당을 실시하더라도 국내 기업은 선진국과 달리 시가 배당보다 액면가 배당을 선호하는 탓에 배당금 액수가 적어 투자자들이 배당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이 때문에 투자자가 주식 장기보유를 통한 배당투자를 외면하고 매매차익을 노리는 단기투자에 집중하게 돼 주가 변동성이 커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증권 김용구 수석연구원은 "개인투자자는 단기매매로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시장의 풍문이나 테마주에 관심을 갖고, 배당주에 투자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진단했다.

반면 외국인은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을 바탕으로 대형주 중심의 종목을 선별해 매수하므로 상대적으로 배당소득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오 팀장은 "기업이 외국인과 개인투자자에게 차별적으로 배당률을 적용했다면 국부유출이라는 비판이 맞지만 동등한 배당률이라면 비판의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 기업들의 배당수익률 제고 필요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오 팀장은 "외국인의 투자성향을 고려할 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한국 주식시장도 고배당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들은 차익매매를 노리는 단기투자보다 주식을 장기적으로 보유하는 가치투자 형식을 선호하므로 배당수익률을 높이면 외국인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외국인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배당 수익률을 높이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로 들어오는 이유 중 배당은 부가적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인이 한국 주식시장에 매력을 느끼는 주요인은 환차익이다.

실제로 작년 코스피 수익률은 연초 대비 10%도 안 됐지만 수익률을 달러로 환산하면 20%를 훌쩍 뛰어넘는다"라고 설명했다.

또 김 연구원은 "미국에서 부자증세를 추진하며 배당소득세 세율을 높이자 최근에는 투자자들이 배당보다는 바이백(자사주 매입)을 선호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장기적으로 그런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배영경 기자 hwangch@yna.co.krykbae@yna.co.kr